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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르쳐야 할지 말아야 할지

사회선생 2017. 9. 13. 09:30

아침에 교실에 올라가보니 교탁 위에 과자와 음료수가 잔뜩 쌓여있다. 뭔지 물으니 우리반의 C가 경품 응모에 당첨돼서 탄 거라며 친구들과 나눠 먹고 싶다고 힘들게 가져왔단다. 35명이나 되는데도 웬만한 과자가 서 너 개 이상 돌아갈 만큼 많은 양이었다. 집에 두고 가족들과 먹지 이 많은 걸 어떻게 들고 왔냐고 묻자 친구들 불러서 나눠서 들고 왔단다. 자기 혼자 먹기에는 너무 많았다면서... 친구들과 나눠 먹으려고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 마음이 참 이뻤다.

나는 반장과 부반장을 나오라고 한 뒤 공평하게 나눠 먹으라고 했다. 그 두 녀석은 개수를 세면서 어떻게 나눌까를 아이들과 의논했고, 자기들 나름대로 규칙을 세워서 덜 받고 더 받는 일 없이 적당히 나눠 가졌다. 그리고 나는 그 과정을 옆에서 지켜봤다.

그런데 35명 가까이 되는 교실에서 어느 누구도 "야, 선생님 것도 챙겨야지." "선생님, 이건 선생님 드세요."라고 말을 하는 학생이 한 명도 없었다. 다 나눠주고 마지막 과자를 나누다가 갯수가 애매하게 남자 처리가 곤란했는지, 반장이 선심 쓰듯 하는 말이 "이건 선생님 드실래요?"다.

잠깐 고민했다. 가르쳐야 하나 말아야 하나... 요즈음 학생들이 자기밖에 모른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지만 실제로 경험하고 나니 여러가지 생각이 오고갔다. 가정에서 하던 하던 버릇이 그대로 나온거다. 가정에서 부모가 뭐든 아이 중심으로만 생각하고 움직여 왔덧 탓이다. 좋은건 아이가 우선 선점하는거고 부모를 비롯한 다른 사람이야 뭘 갖든 말든, 하든 말든 관심이 없는게다. 그리고 가정에서 부모가 자신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학교에서도 교사는 자신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존재들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아니." 그렇게 말하고 종이 쳐서 교실을 나왔다. 아침 조회 시간이 끝나가는 탓도 있었지만, 이런걸 가르치는게 맞는지 틀리는지에 대한 확신도 서지 않았다. '어른이니까 먼저 여쭤보는 게 예의다, 그리고 무엇인가를 나눠 먹을 때에는 옆에 사람이 있으면 함께 먹자고 묻는 것이 예의다, 과자를 가져온 친구에게 고맙다고 하는 말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말하고 싶었다. 학생들은 내가 먹고 싶어서 섭섭해서 그런 말을 한다고 여길지 모른다. 왜 유치원 때 쯤에 가정에서 배워야 할 내용을 19세 학생들에게 학교에서 교사가 가르쳐야 하는가? 하긴 교무실에 수박 두 덩이 보낸 후 전화로 '그거 시원하게 보관했다가 잘라서 학생들 나눠 먹이세요'라고 명령하는 학부모들이 있는 세상이니 너무 당연한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