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eye] 애완동물 ‘요람에서 무덤까지’
<앵커 멘트>
쓰레기 통을 뒤지고, 이상한 울음소리로 잠을 깨우고. 시청자 여러분도 버려진 개나 고양이를 종종 만날 텐데요... 대표적 복지국가 스웨덴에서는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말에 걸맞게, 주인 없는 애완동물에 대한 사회적 책임도 남다르다고 합니다.
스톡홀름 현지에서 국현호 순회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스톡홀름시 외각의 드넓은 풀밭. 이른 아침부터 주인과 애완견 사이 흥겨운 놀이가 한창입니다. 도심 공원에서도. 동네 뒷산 산책길에서도 사람 주변에는 항상 애완견이 함께합니다. 올해 84살의 카타리나 할머니도 애완견 필립을 1년 넘게 키우고 있습니다. 할머니와 필립 단 두 식구. 눈뜰 때부터 잠들 때까지 모든 생활을 함께합니다. 덕분에 건강도 많이 좋아졌습니다.
<인터뷰> 카타리나(84살):"움직이지도 걸어다니지도 못했어요. 그래서 개를 입양했습니다. 덕분에 매일 하루 3번 개와 산책을 할 정도로 몸이 좋아졌죠."
스웨덴의 총가구 수는 대략 60만, 애완동물 수는 이보다 훨씬 많습니다. 애완견은 80만 마리, 애완고양이는 130만 마리 정도로 동물관련 단체들은 추정하고 있습니다. 모든 집마다 적어도 한 마리의 애완견과 2마리의 고양이를 기른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그러나 길거리를 떠도는 버려진 애완동물을 찾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스웨덴 최대 규모의 한 동물 개인병원. 진찰을 받는 애완견 귀에 숫자가 새겨져 있습니다. 마치 주민등록번호처럼 부여된 고유번호입니다.
<녹취> 크리스토퍼 푸졸(수의사):"이 숫자들을 조합해 귀에 새깁니다. 그 뒤에 색을 입힙니다"
주인이 누구인지는 물론 나이와 성별 등 개에 관한 모든 정보가 담겨 있습니다. 최근에는 한 발 더 나아가 마이크로칩까지 등장했습니다. 주사를 놓듯 애완동물 몸속으로 작은 칩을 집어넣은 뒤. 몸체를 스캐닝하면 관련 정보를 즉시 알 수 있습니다.
<녹취> 올로프 스칼만(동물병원 원장·동물보호협회 간사):"모든 것을 등록해야 한다는 것이죠. 스웨덴 국민이 개인식별번호를 부여받는 것과 같은 방식을 애완동물에도 적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스웨덴 정부는 현재 애완견은 물론 고양이까지 의무적으로 마이크로칩을 삽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애완동물 주인의 신원을 쉽게 알 수 있는 상황. 주인의 책임감은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올해로 4년째 애완견 카이사를 기르는 룬드본 씨 부부.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 세 차례 카이사와 집 주변을 산책합니다. 낡은 울타리도 수리했습니다.
<인터뷰> 헬레나 룬드본·카이 룬드본:"카이사는 사냥 본능이 너무 강해 무조건 무엇인가를 쫓으려 하죠. 울타리 안에서는 자유롭지만 밖에서는 움직이는 걸 쫓아가기 때문에 위험합니다."
카이사가 어디서 뭘 하는지도 수시로 파악해야만 합니다. 잘못하면 영원히 키울 수 없게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녹취>"만약 애완견을 혼자 5시간 넘게 놔뒀을 경우 이웃이 나를 고소할 수 있습니다. 또 지자체에서는 애완견을 압수할 수 있죠."
개 짖는 소리가 실내를 흔들고, 철장 우리마다 여러 종류의 애완견이 갇혀 있습니다. 이웃의 신고를 받고 주인으로부터 격리해 보호하고 있는 애완견들입니다.
스웨덴에서는 애완동물을 학대하다 적발되면 더 이상 애완동물을 키울 수가 없습니다. 이곳에도 주인으로부터 정신적, 육체적 학대를 입은 끝에 옮겨진 개가 적지 않습니다.
이곳의 애완견은 꼼꼼한 치료를 거쳐 원하는 사람에게 분양됩니다.
필립 씨도 이곳을 통해 개 한 마리를 식구로 맞았습니다.
<인터뷰> 필립(23살):"집없는 애완동물에 내 집을 나눠준다는 점이 매우 중요합니다. 입양할 때 돈을 내는 것은 (개를 사는 게 아니라) 단체에 경제적 도움을 주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곳에 들어오는 개의 수는 매년 2,3백 마리 정도. 이런저런 사정으로 주인이 기를 수 없게 돼 직접 맡긴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진짜 버려진 경우는 극소수에 불과합니다.
<인터뷰> 카리나 올손(유기견 보호소 소장):"(애완견을 키우던 부부가) 이혼을 하거나 일할 시간이 늘어나거나 낮에 오랫동안 집을 비워 개를 혼자 둘 수 밖에 없어 (이 곳에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고양이는 사정이 좀 다릅니다. 버려지는 수가 계속 늘고 있는 것입니다. 또 개와 달리 오랫동안 혼자 놔둬도 별 제약이 없어 주인이 휴가로 집을 비운 사이 사라지는 고양이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현재는 시 외곽을 중심으로 줄잡아 만 마리 정도의 유기 고양이가 있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한적한 숲 속에 세워진 붉은 벽돌 건물. 안으로 들어가자 고양이 수십 마리가 취재진을 반깁니다.
버려진 고양이를 돌보는 이른바 고양이 탁아소. 이곳에만 90마리가 넘는 주인 없는 고양이가 살고 있습니다. 이곳을 포함해 스웨덴의 모든 유기동물 보호소는 경찰과 협조를 거쳐 집없는 유기동물을 잡아와 보호하고 있습니다. 특히 고양이의 경우 어떻게 버려졌는지 알 수가 없어 세심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인터뷰> 마리아 루드베리(고양이 탁아소 원장):"처음 3주 반 동안 전염병과 감기 등에 대한 예방접종을 합니다. 병원과 마찬가지로 매일 아침 간호사가 모든 우리를 돕니다."
사람들로부터 한 차례 버림받은 경험이 있는 만큼 새 주인을 찾는 과정도 까다롭습니다. 고양이를 어떻게 다루는지는 물론 수입이 얼마인지, 집은 있는지 여부까지 꼼꼼히 살핍니다.
<인터뷰>"최대 3주 동안 고양이한테 얼마나 잘해주는 지를 검사하고 난 뒤 (입양 여부를 결정합니다)"
이런 유기 애완동물 보호소는 스톡홀름 시내에만 예닐곱 곳. 지자체로부터 무상으로 토지를 지원받는 만큼 설립 절차는 매우 까다롭습니다.
<인터뷰> 카타린(유기동물 보호소 소장):"(애완동물이 생활하는)우리의 높이와 폭, 그리고 너비 등이 관련 법에 맞춰졌는지, 시설이 얼마나 깨끗한지 등을 직접 확인한 뒤 규정에 맞아야 합니다."
동물병원 대부분도 버려진 동물을 돕는 데 적극적입니다. 로비마다 유기 동물을 돕기 위한 모금함이 마련돼 있고. 실제 무료로 치료를 해주기도 합니다. 석 달 전 다리가 부러진 채 발견된 이 강아지는 몇 차례의 수술 끝에 몸에 박힌 철심을 떼어 냈습니다. 이 병원에서 치료받는 집없는 애완동물은 매년 2만 5천 마리가 넘습니다.
<인터뷰> 크리스토퍼 푸졸(수의사):"집없는 애완동물을 데려오면 필요할 경우 무료로 치료해 줍니다. 만약 건강하다면 집이나 새 주인을 찾아주려고 노력하죠."
요람에서 무덤까지 모든 것을 사회가 책임지는 대표적 복지국가 스웨덴. 그 바탕에는 생명을 존중한다는 기본 원칙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원칙은 사람 뿐 아니라 애완동물에도 적용되고 있습니다.
쓰레기 통을 뒤지고, 이상한 울음소리로 잠을 깨우고. 시청자 여러분도 버려진 개나 고양이를 종종 만날 텐데요... 대표적 복지국가 스웨덴에서는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말에 걸맞게, 주인 없는 애완동물에 대한 사회적 책임도 남다르다고 합니다.
스톡홀름 현지에서 국현호 순회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스톡홀름시 외각의 드넓은 풀밭. 이른 아침부터 주인과 애완견 사이 흥겨운 놀이가 한창입니다. 도심 공원에서도. 동네 뒷산 산책길에서도 사람 주변에는 항상 애완견이 함께합니다. 올해 84살의 카타리나 할머니도 애완견 필립을 1년 넘게 키우고 있습니다. 할머니와 필립 단 두 식구. 눈뜰 때부터 잠들 때까지 모든 생활을 함께합니다. 덕분에 건강도 많이 좋아졌습니다.
<인터뷰> 카타리나(84살):"움직이지도 걸어다니지도 못했어요. 그래서 개를 입양했습니다. 덕분에 매일 하루 3번 개와 산책을 할 정도로 몸이 좋아졌죠."
스웨덴의 총가구 수는 대략 60만, 애완동물 수는 이보다 훨씬 많습니다. 애완견은 80만 마리, 애완고양이는 130만 마리 정도로 동물관련 단체들은 추정하고 있습니다. 모든 집마다 적어도 한 마리의 애완견과 2마리의 고양이를 기른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그러나 길거리를 떠도는 버려진 애완동물을 찾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스웨덴 최대 규모의 한 동물 개인병원. 진찰을 받는 애완견 귀에 숫자가 새겨져 있습니다. 마치 주민등록번호처럼 부여된 고유번호입니다.
<녹취> 크리스토퍼 푸졸(수의사):"이 숫자들을 조합해 귀에 새깁니다. 그 뒤에 색을 입힙니다"
주인이 누구인지는 물론 나이와 성별 등 개에 관한 모든 정보가 담겨 있습니다. 최근에는 한 발 더 나아가 마이크로칩까지 등장했습니다. 주사를 놓듯 애완동물 몸속으로 작은 칩을 집어넣은 뒤. 몸체를 스캐닝하면 관련 정보를 즉시 알 수 있습니다.
<녹취> 올로프 스칼만(동물병원 원장·동물보호협회 간사):"모든 것을 등록해야 한다는 것이죠. 스웨덴 국민이 개인식별번호를 부여받는 것과 같은 방식을 애완동물에도 적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스웨덴 정부는 현재 애완견은 물론 고양이까지 의무적으로 마이크로칩을 삽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애완동물 주인의 신원을 쉽게 알 수 있는 상황. 주인의 책임감은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올해로 4년째 애완견 카이사를 기르는 룬드본 씨 부부.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 세 차례 카이사와 집 주변을 산책합니다. 낡은 울타리도 수리했습니다.
<인터뷰> 헬레나 룬드본·카이 룬드본:"카이사는 사냥 본능이 너무 강해 무조건 무엇인가를 쫓으려 하죠. 울타리 안에서는 자유롭지만 밖에서는 움직이는 걸 쫓아가기 때문에 위험합니다."
카이사가 어디서 뭘 하는지도 수시로 파악해야만 합니다. 잘못하면 영원히 키울 수 없게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녹취>"만약 애완견을 혼자 5시간 넘게 놔뒀을 경우 이웃이 나를 고소할 수 있습니다. 또 지자체에서는 애완견을 압수할 수 있죠."
개 짖는 소리가 실내를 흔들고, 철장 우리마다 여러 종류의 애완견이 갇혀 있습니다. 이웃의 신고를 받고 주인으로부터 격리해 보호하고 있는 애완견들입니다.
스웨덴에서는 애완동물을 학대하다 적발되면 더 이상 애완동물을 키울 수가 없습니다. 이곳에도 주인으로부터 정신적, 육체적 학대를 입은 끝에 옮겨진 개가 적지 않습니다.
이곳의 애완견은 꼼꼼한 치료를 거쳐 원하는 사람에게 분양됩니다.
필립 씨도 이곳을 통해 개 한 마리를 식구로 맞았습니다.
<인터뷰> 필립(23살):"집없는 애완동물에 내 집을 나눠준다는 점이 매우 중요합니다. 입양할 때 돈을 내는 것은 (개를 사는 게 아니라) 단체에 경제적 도움을 주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곳에 들어오는 개의 수는 매년 2,3백 마리 정도. 이런저런 사정으로 주인이 기를 수 없게 돼 직접 맡긴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진짜 버려진 경우는 극소수에 불과합니다.
<인터뷰> 카리나 올손(유기견 보호소 소장):"(애완견을 키우던 부부가) 이혼을 하거나 일할 시간이 늘어나거나 낮에 오랫동안 집을 비워 개를 혼자 둘 수 밖에 없어 (이 곳에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고양이는 사정이 좀 다릅니다. 버려지는 수가 계속 늘고 있는 것입니다. 또 개와 달리 오랫동안 혼자 놔둬도 별 제약이 없어 주인이 휴가로 집을 비운 사이 사라지는 고양이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현재는 시 외곽을 중심으로 줄잡아 만 마리 정도의 유기 고양이가 있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한적한 숲 속에 세워진 붉은 벽돌 건물. 안으로 들어가자 고양이 수십 마리가 취재진을 반깁니다.
버려진 고양이를 돌보는 이른바 고양이 탁아소. 이곳에만 90마리가 넘는 주인 없는 고양이가 살고 있습니다. 이곳을 포함해 스웨덴의 모든 유기동물 보호소는 경찰과 협조를 거쳐 집없는 유기동물을 잡아와 보호하고 있습니다. 특히 고양이의 경우 어떻게 버려졌는지 알 수가 없어 세심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인터뷰> 마리아 루드베리(고양이 탁아소 원장):"처음 3주 반 동안 전염병과 감기 등에 대한 예방접종을 합니다. 병원과 마찬가지로 매일 아침 간호사가 모든 우리를 돕니다."
사람들로부터 한 차례 버림받은 경험이 있는 만큼 새 주인을 찾는 과정도 까다롭습니다. 고양이를 어떻게 다루는지는 물론 수입이 얼마인지, 집은 있는지 여부까지 꼼꼼히 살핍니다.
<인터뷰>"최대 3주 동안 고양이한테 얼마나 잘해주는 지를 검사하고 난 뒤 (입양 여부를 결정합니다)"
이런 유기 애완동물 보호소는 스톡홀름 시내에만 예닐곱 곳. 지자체로부터 무상으로 토지를 지원받는 만큼 설립 절차는 매우 까다롭습니다.
<인터뷰> 카타린(유기동물 보호소 소장):"(애완동물이 생활하는)우리의 높이와 폭, 그리고 너비 등이 관련 법에 맞춰졌는지, 시설이 얼마나 깨끗한지 등을 직접 확인한 뒤 규정에 맞아야 합니다."
동물병원 대부분도 버려진 동물을 돕는 데 적극적입니다. 로비마다 유기 동물을 돕기 위한 모금함이 마련돼 있고. 실제 무료로 치료를 해주기도 합니다. 석 달 전 다리가 부러진 채 발견된 이 강아지는 몇 차례의 수술 끝에 몸에 박힌 철심을 떼어 냈습니다. 이 병원에서 치료받는 집없는 애완동물은 매년 2만 5천 마리가 넘습니다.
<인터뷰> 크리스토퍼 푸졸(수의사):"집없는 애완동물을 데려오면 필요할 경우 무료로 치료해 줍니다. 만약 건강하다면 집이나 새 주인을 찾아주려고 노력하죠."
요람에서 무덤까지 모든 것을 사회가 책임지는 대표적 복지국가 스웨덴. 그 바탕에는 생명을 존중한다는 기본 원칙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원칙은 사람 뿐 아니라 애완동물에도 적용되고 있습니다.
입력시간 2011.11.27 (09:23) 국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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