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있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의무감같은 것을 가지고 있었다. 초등학교 때부터 '심장의 더운 피가 식을 때까지 즐거이 이 강산을 노래부르자'는 빡센 민족주의 교육을 받은 탓인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국가와 민족을 위해 의미있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의식이 지금은 민족이라는 경계를 넘어 심지어 동물도 구성원으로 포함시키고 싶은 '공동체'가 되었지만, 어쨌든 나이가 들어서도 늘 마음 한 구석에는 '공동체'를 위해 의미있는 일을 하며 살아야 한다는 책임감 같은 것이 남아 있다. (초등학교 때의 교육은 정말 무섭다. 중등학교 때 배운 것보다 훨씬 깊이, 습관처럼 각인되는 것 같다.)
이와 관련해서 두 가지 의문이 늘 들었다. 첫째, 나의 학생들이 갖는 철처한 개인주의와 물질적 풍요만을 추구하는 삶을 잘못이라고 할 수 있을까? 한 번뿐인 인생, (타인에게 피해만 주는 것이 아니라면) 즐기면서 행복하게 살겠다는 그들에게 무엇이라고 할 수 있을까? 단지 인생관의 차이라고 평가하고 넘어가야 할 일인가? 둘째, 공동체를 위한다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강자 혹은 가진자가 그렇지 않은 자들에게 베푸는 시혜인가? 봉사와 기부로 생색내고 폼내는 것이 결과적으로 공동체를 위한 것인가? 내가 하는 일을 통해서 사회에 기여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봉사와 기부로 충족될 수 있을까?
그런데 오늘 KBS TV에서 한 디자이너 배상민 교수의 특강을 들으면서 그에 대한 해답을 찾은 것 같다. 개인적인 차원에서 좋아하고 즐기는 것에서 그치지 말고 치열하게 열심히 하지 않으면 결코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서도 좋은 성과를 내기 힘들다는 것과 봉사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가능하도록 해 주는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인생. 폼잡으려고 살지 말고, 내가 가진 달란트를 개발하여 나누며 의미있게 살아야 하는데... 아, 세상에 왜 이렇게 똑똑한 사람들이 많은거야? 한없이 작아진다. 껄렁껄렁하고 날라리처럼 생긴 디자이너가 가진 인생관과 세계관이 저토록 경건하고 엄숙하다니...존경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