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있었다. 오늘 나온 결과를 보니 15개 의석 중 11개를 여당이 차지했다. 야당은 겨우 4개. 이것이 무엇을 의미할까? 야당 혹은 자칭 진보 진영의 논리대로 낮은 투표율과 대중은 우매하기 때문인가? (그들은 왜 가난한 사람들이 여당을 지지하는지 의아해한다. 그리고 노인들을 우매한 존재로 여긴다. 그런 발상 자체가 절대 지지율을 높일 수 없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투표율이 낮았다고 하지만 격전지(?)였던 동작과 순천에서는 거의 50%였다. 그 정도면 그리 낮다고 볼 수도 없다. 그런 분석은 스스로 위안이 될 지 모르겠지만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또한 대중을 우매하다고 보는 것도 문제이다. 대중이 우매하다면 그 우매한 대중의 뜻에 부합하는 정책은 정의로운 것인가? 늘 '존경하는 국민'이라고 하면서 사실 속내는 '무지한 대중들아'였던가? 그들의 실패 원인은 언제나 답이 없는 '네거티브 전략' 때문이다. 공조하여 문제를 돌파해 나가려고 하기보다는 늘 책임을 정부에 돌리면서 욕하는 모습만 보여준 탓이다. 쟤들이 못하면 우리라도 제대로 해 보자는 것이 아니라 쟤들이 못한대요, 우리 시켜주면 잘할게요. 뭘 어떻게 잘 하겠다는 것인지? 무능한 정부를 심판하겠다고 하면서 유능함을 보여주지 못했다. 국민을 정말 바보로 아나보다.
그럼 여당은 국민의 지지를 얻고 있는 것인가? 당대표가 구세대의 대표하는 사람이 맡았을 때부터 점점 후퇴하는 것같은 느낌을 받았는데 선거에서 이겼다고 득의양양할 것 같다. 절대로 국민들은 좋아서 찍어 준 것이 아니다. 그래도 '힘 있을때 제대로 정치 한 번 해 봐라'고 '결자해지'하라고 표를 준 것이다. 국민들이 최악보다는 낫지 않겠냐고 판단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
이번 선거를 보면서 든 생각 두 가지. 첫째, 안철수의 입지이다. 안철수가 민주당과 연합하는 걸 보면서 저러다 낙동강 오리알 되는 것 시간문제일텐데... 그랬다. 그는 지지 세력이 적어도 독자 노선을 가야했다. 정치를 시작했으면 일단 길게 봐야 했다. 그리고 개혁의 핵심에 서서 '국회의원들의 특권 폐지'부터 부르짖으며 정치판의 부패관행을 물갈이해보겠다는 선동가가가 되어야했다. 국민의 지지가 얼마나 컸는가? 그런데 너무 급했다. 세력을 빨리 형성하고 싶었나보다. 그의 살 길은 기존 정치인에 대한 반기를 드는 것이었건만, 민주당과 손을 잡다니... 그 순간부터 그의 정체성을 완전히 사라졌다. 그리고 이번 선거에 지면서 그의 정당 내의 정체성도 소멸될 것이다. 둘째, 순천에서 새누리당 국회의원의 탄생. 항상 전라도 지역에서는 깃발만 꽂으면 된다고 알고 있었다. 압도적으로 이겼다. 야당의 텃밭이니까. 물론 여당의 텃밭도 존재하지만 그 지지율에서는 비교할 수조차 없는 것이었다. 그런데 1988년 이후 처음으로 호남지역에서 새누리당 후보가 당선됐다. 아무리 정당보고 한 게 아니라 개인보고 한 투표라고 해도 - 다들 그렇게 분석한다. - 이는 매우 신선한 충격이다. 마치 서초구나 강남구에서 진보당 국회의원이 당선되는 것과 같은... 문득 그런 날이 올까 생각해본다.
p.s. 얼마 전 친구 모임. 한 친구가 말했다. "내 주변에는 여당 지지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는데... 지하철에서 노인들 대화하는 걸 들으면 진짜 걱정돼." 그러자 한 친구가 말했다. "야, 노인은 국민 아니냐? 내 주변에는 여당 지지하는 사람들밖에 없다. 야당 지지하는 사람들은 말을 많이 하지. 여당 지지하는 사람들은 보수수구꼴통으로 몰릴까봐 말 안 해. 조용히 지지하지. 물론 우리도 여당이 더 괜찮다는 생각은 안 해. 그냥 야당이 더 구리다고 생각할 뿐이지." 흥미롭게도(?) 한 친구는 호남, 한 친구는 영남 출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