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반려견의 중성화 수술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사회선생 2013. 9. 23. 23:00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들에게 중성화 수술은 매우 심각한 고민꺼리이다. 그들에게도 행복하게 살 권리를 주고 싶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거세를 하는 것은 너무 잔인한 짓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반대하는 사람들이나 그래도 중성화를 해 주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 모두 일리 있다.  

 개는 개답게 살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요즈음 개가 개답게 사는 삶이 무엇인지 좀 혼란스럽다. 개답게 사는 것은 그네들끼리 자연환경 속에서 자유롭게 뛰어 놀며 짝짓기도 하고 새끼도 낳고 키우며, 본성대로 살아가는 것이리라. 그것은 생태계의 질서를 지키는 길이기도 하다.

 하지만 주변을 돌아보면 개가 개답게 살 수 있는 환경은 이미 사라졌다. 아무리 힘이 세고 큰 개라도 거리로 쫓겨난 개는 쓰레기로 연명하다가 잡혀서 살처분 되거나 차에 치여 비참한 죽음을 맞게 될 것이 명약관화이다. 개를 개답게 살게 하기에 인간은 이미 그들의 환경을 너무나 심각하게 파괴해 버렸고, 개는 인간에 의지하지 않고는 살기 힘들게 되어 버렸다.

 그 뿐인가? 오랜 세월 동안 인간에게 아름답게 보이기 위해서, 혹은 인간에게 유용한 도구가 되기 위해서 ‘인위적인 품종 개량’이 마구잡이로 이루어진 결과, 털을 잘라주지 않으면 각종 질병에 노출되며, 누군가 보호해 주지 않으면 밖으로 나가는 순간 먹이가 되어 버리고, (종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인간과 함께 있을 때 안도감을 갖는 기질까지 갖게 되었다. 이미 개는 인간과 함께 살 수밖에 없는 존재가 된 것이다. 그들의 오랜 생활 습성은 유전자조차도 변화시켜버렸다. (오랜 습성은 유전자의 변화를 가져온다.) 개가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는 능력이 탁월하다는 연구 결과가 단지 개의 지능 탓이거나 우연 때문만은 아니다.

 그런데 문제는 인간과 함께 살기 위해서는 개의 본성에 따른 행동대로 내버려 둘 수 없다는 점이다. 반려견의 스트레스도 크고, 발정기 때마다 짝짓기를 하게 될 경우 늘어난 개체 수는 인간의 수용 능력을 벗어난다. 게다가 발정기에 가출이라도 하면 유기견이 되어버린다. 나이 들면 부인과 질병에 걸릴 가능성도 높아진다. 중성화수술은 이와 같은 문제들을 차단할 수 있다. 인간을 위한 이기적인 선택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비용 면에서는 인간에게 더 큰 부담이 된다.) 글쎄... 언젠가 반려견의 복지와 권리가 실현되는 시대가 되어 그들의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약이 개발될 수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지금으로서는 반려견을 아낀다면 눈물을 머금고 수술대 위에 한 번은 눕혀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