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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하영제] ‘은비 사건’과 동물 복지 -2010.8.5.국민일보

사회선생 2010. 9. 15. 14:32

최근 20대 여성이 이웃집 고양이를 무참히 폭행하고 살해한 ‘은비 사건’이 세간을 뜨겁게 했다. 지난 1월에는 ‘연쇄 개 학대 사건’ 등 동물학대 사건이 언론에 연이어 보도되기도 하였다. 일련의 동물학대 사건에 대해 여론은 분노하고 있다. 후진국형 사건으로 평가될 수 있는 매우 당혹스럽고 어처구니없는 일이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동물학대 가해자가 수사당국의 조사를 받으면서 자신의 행동에 대해 전혀 문제를 자각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이에 동물보호법에 있는 처벌규정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여론을 반영하여 우선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하기 위한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동물학대 시 1년 이하의 징역형 도입, 현행 5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벌금 상향 조정 등을 골자로 하는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마련하고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국회 차원에서도 동물학대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을 포함한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하고 있다.

동물보호법 처벌 규정 강화

또한 동물보호에서 동물복지로 그 영역이 확장되고 있는 국제적인 추세에 발맞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동안의 동물보호가 학대방지를 통한 생명의 유지라는 소극적 개념에 그쳤다면, 이제는 동물이 살아있는 동안 건강하고 안전한 상황에서 본래의 습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적극적 개념으로 발전하였다. 이에 농림수산식품부도 동물복지축산농장 인증제 도입을 검토하는 등 농장동물과 실험동물의 복지 증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법적 규제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동물보호 및 복지에 관한 우리의 인식이다. 최근 한국갤럽이 실시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우리에게 동물의 고통을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 할 도덕적 의무가 있는가’ 라는 질문에 93.8%가 동의했고, 동물학대를 반대하거나 동물보호에 관심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71.1%에 이르고 있다.

2005년 동물보호 수준이 높다는 영국인에게 도덕적 의무에 관한 질문을 했을 때 동의한 비율이 91%였던 것과 비교하면, 우리나라의 동물보호 의식 수준은 선진국에 비해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다. 다행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국민의 인식을 더욱 제고하고 실천을 독려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농림수산식품부는 유기동물 가족찾기 캠페인을 개최하고 동물보호 영화제작을 지원하며 동물보호·복지 상담센터(1577-0954) 및 동물보호관리시스템(www.animal.go.kr)을 운영하는 등 동물보호에 대한 국민들의 눈높이를 높이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동물복지 국제콘퍼런스를 개최하여, 대내적으로는 해외우수제도를 벤치마킹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 대외적으로는 동물보호와 관련된 우리나라의 발전된 모습을 적극적으로 알릴 계획이다.

국제사회 위상 고려해야

2008년 전면 개정된 동물보호법이 시행된 지도 2년이 넘었다. 전국에서 동물보호감시관이 활동하고 있으며 동물학대행위를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보다 인도적이고 과학적인 동물실험을 위해 연구기관에 동물실험윤리위원회가 설치·운영되고 있다. 또한 소 돼지 닭과 같은 농장동물의 복지 수준을 개선하기 위해 동물복지 지침을 마련하고 있다.

어떤 정책이 정착하여 효과를 발휘하기까지는 어느 정도 시간이 소요된다. 국민의 인식도 중요하고, 법적 장치도 필요하다. 이에 정부는 반려동물·실험동물·농장동물 보호 정책을 단계적으로 강화하여 제2의 ‘은비 사건’과 같이 말 못하는 동물에 대한 학대를 방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는 국제사회에서 높아진 대한민국의 위상을 고려할 때 당연히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기 때문이다.

하영제(농림수산식품부제2차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