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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한나 아렌트

사회선생 2019. 11. 27. 15:27

'불행에 얻어맞을 때마다 거짓을 믿어버리기 쉬운 대중에게 현실의 세계에서 이해할 수 있는 유일한 바는 이른바 현실 세계의 균열, 즉 세상이 공공연하게 논의하기를 바라지 않는 문제, 또는 비록 일그러진 형태이기는 해도 어떤 급소를 건드리기 때문에 세상 사람들이 공공연하게 반박할 수 없는 거짓 등이다.'

원문이 정확하게 어떤 내용인지 아쉬움이 따르는 번역 내용이다. (정말이지 이렇게 매끄럽지 않은 번역을 볼 때마다 외국어 공부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지만. 어쩌랴. 나의 게으름과 무능함으로 외국어 공부를 멀리한 탓을 할 수밖에...) 한나 아렌트의 이 말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녀가 세상을 보는 통찰력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위의 내용을 내 식으로 이해하자면 다음과 같다.

'대중은 불행하다고 느낄 때에 더 쉽게 거짓을 믿어 버린다. 하지만 그런 때일수록 우리가 정말 마주해야 할 것은 불편한 진실이다. 대부분 그 불편한 진실은 거짓임에도 불구하고, 사회의 뼛속 깊이 이데올로기화 돼 있어서 거부하기 쉽지 않다. 아니 사실은 적극적으로 동조하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그 일그러진 거짓에 대해 공공연하게 반박하고 따지며 진실에 다가가야 한다.'  

해석이 비슷한지 아닌지 완전히 다르게 이해했는지 어쨌는지 모르지만, 나는 대중의 속성이 그리고 그런 대중을 지배하는 권력의 속성이 이와 유사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한나 아렌트가 이런 비슷한 말을 하고 싶어하지 않았을까 추측한다.  

나치 시대에 유태인으로 세상을 산 그녀는 뼛속 깊은 곳에서부터 '아름답게 포장된 일그러진 거짓'과 싸우기를 간절히 원했을 것이다. 그런데 나치가 사라진 지금도 우리 사회에는 '교묘하게 포장된 일그러진 거짓'들이 참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