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

고시원 화재

사회선생 2018. 11. 10. 21:26

명목상 고시원, 실제로는 쪽방촌인 건물에서 불이 나 7명이 죽고 십 여 명이 부상을 당했다고 한다. 세상 살다보면 인간의 의지와 노력으로 어찌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나 어떤 이에겐 행운이 또 어떤 이에겐 불행이 닥치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건은 사회의 불합리한 시스템과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다. 고시원 화재도 예외가 아니다.

건물이 낡아서 스프링클러도 없고, 소화기도 방마다 없고, 완강기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고, 완강기 사용법도 몰랐고, 비상구는 처음부터 없었고... 그런데 이런 수준의 건물이 숙박시설로 이용되었다. 그리고 화재가 나서 많은 사람의 죽고 다쳤다. 이게 과연 누구의 잘못일까? 

입주자가 스프링클러를 달아 달라고 하고, 소화기를 비치해 달라고 하고, 완강기 사용법을 알려달라고 해야 하는가? 건물주가 자신의 비용을 들여가며 소화기를 방마다 비치하고, 건물을 리모델링해서 비상구를 만들고, 새로운 세입자가 들어올 때마다 완강기 사용법을 교육시켜 주겠는가? 의무로 법제화해도 제대로 될까 말까한 일들인데, 법으로 강제되는 의무도 아니란다. 어느 건물주가 세입자의 안전을 위하여 자신의 비용으로 낡은 건물을 고칠까? 낡았기 때문에 건물주는 나름대로 낮은 숙박료를 받았을거고, 그래서 가난한 사람들이 묵었을거고, 정부는 그냥 그렇게 알고도 모른척 외면했을거다. 이게 과연 누구의 잘못일까?  

이런 건물이 숙박업을 할 수 있도록 허가받았다면 허가해 준 정부의 잘못이고, 허가받지 않고 불법으로 영업했다면 불법을 방조한 정부와 불법을 행한 건물주의 잘못이다. 후자의 경우라면 건물주가 법적 책임을 지겠지만, 과연 정부는 어떻게 책임을 질까? 대부분의 경우, 이렇게 엉성한 시스템의 피해자는 사회의 최약자들이 되고, 수혜자는 사회의 상류 계층이 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더 씁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