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무수첩

네가 나보다 더 많이 알아?

사회선생 2018. 10. 18. 10:30

지난 1학기 중간고사 즈음, 한 지인이 내게 하소연을 했다. 딸내미가 고3인데, 너무 억울한 일이 생겼다면서... 수학 채점 기준을 승복하기 어려워 담당 선생님에게 항의하러 갔다가 자기 딸이 욕만 먹고 왔단다. 이리 저리 알아본 결과, 충분히 정답 처리 해 주어야 할 과정을 이상한 고집으로 틀렸다고 한다는거다. 이럴 때에 어떻게 해야 하냐며 나에게 해결책을 물었다. 확실한 근거를 가지고 해당 교사에게 읍소해보고, 안 되면 교장 교감에게 이야기해 보고, 그래도 안 되면 교육청에 정식으로 민원 제기하는 것 외에 무슨 방법이 있을까. 지인도 모를 리 없건만 그 과정에서 아이와 자신이 겪어야 할 스트레스때문에 힘들어서 그냥 내게 하소연하는 것일게다. 나는 그 지인이 긴 싸움을 하게 될 것 같아 걱정스러운 마음에 정말 딸내미 답안이 맞는지 확인은 해 봤냐고 물었다. 교수인 지인은 동료 수학과 교수에게 자문까지 얻었다고 했다. 한참 지난 후에 결과를 이야기해줬는데, 학생들이 여러 명 교감선생님에게 가서 항의하고 나서야 결국 맞게 해 주었다고 한다. 남의 학교 이야기지만 같은 교사로서 참 부끄러웠다.  

어느 학교에나 '교장도 못 건드리는 꼰대'가 드물게 있다. 실력은 없으면서 자존심은 강해서 누군가 문제에 이의를 제기하면,'네가 감히 내 문제에 토를 달아?' 발끈한다. 이런 사람들은 대부분 수업과 평가를 자신이 필 꽂히는 대로 한다. 그렇게 마음대로 하면 안 된다고 누군가 지적이라도 하면 자율성을 훼손당했다며 길길이 뛴다. '자습을 시키든 말든 내 시간 내 맘대로 하는데 네가 뭔데 간섭이야?' 무지에서 오는 만용이다.  

기말고사가 끝나고, 한 학생이 교사에게 이의 제기를 하러 왔다. 8점 만점에서 자신이 7점밖에 못 받은 이유를 모르겠다고... 이럴 때에 교사가 할 수 있는 선택은  둘 중 하나이다. 7점인 이유를 확실히 이해시켜 보내든가, 자신의 채점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다. 전자를 하지 못했다면 교사가 정확히 그 문제를 이해하지 못한거다. 후자를 못한다면 지나친 피해의식과 열등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맞다. 네 말대로 8점인데 선생님이 실수했네, 잘 왔어. 선생님이 다시 다 확인해 봐야겠다. 고맙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학생들은 '고맙습니다' 하고 간다. 늘 항상 빈번하게 많이 틀리는 사람이라면 자질을 문제 삼을 수 있지만, 가끔 그런 일이 있다고 해서 학생들이 저 선생님 문제 있다고 욕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네가 뭘 안다고 따져?" "너희 부모가 나보다 더 많이 알아? 학원 선생이 뭘 안다고 난리야. 그럼 그 학원만 다녀."  믿기 힘들지만 실제로 이렇게 말하는 교사들이 있다. 최악이다. 학생들이 속으로 욕하지 않을 수 없다.   

교사가 두 가지 선택 외의 다른 선택을 할 경우 공평성이 훼손될 수 있다. 어떤 생은 교사가 7점이라고 우기니까 교사에게 더 이상 저항하기 힘들어 그냥 울며 겨자 먹기로 수용하고 끝내는데, 어떤 학생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동원해 8점이라는 것을 끝까지 주장하며 결국 8점을 획득한다. 학교에서 가정 배경이 점수에 까지 영향을 미치는 셈이다. 가장 최악이다. 근본적으로 그런 것들이 작용하도록 여지를 둔 문항을 만들고 채점을 한 교사의 잘못이다. 내가 모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두지 못한 채 학생들과 학무모들에게 윽박지르는 교사는 가장 무능한 교사이다. 알면 설명을 하지 윽박지르지 않는다. 문제는 이런 교사들의 경우 개선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안타까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