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실의 CCTV 설치
수술실에서 수술 받는 환자는 매우 취약한 상태이다. 내 몸 인에, 내 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아차릴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해, 자신의 몸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확인할 수 있게 해 주는 것은 늦긴 했지만, 환자의 권리를 실현시켜주기 위한 당연한 조치이다.
초중등학교와는 달리 어린이집에는 교실에 CCTV가 설치돼 있다. 그 이유가 무엇인가? 영유아는 스스로 의사 표현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보호하기 위한 방안으로 CCTV를 설치하는 것 아닌가? CCTV 설치에 어린이집 교사들은 반대했다. 교육의 자율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것이 이유였지만, 사회에서는 교육의 자율성보다는 영유아의 안전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법제화될 수 있었다.
수술실 CCTV 설치를 두고 의사들의 저항이 세다. 의사들 역시 비슷한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자율성, 책임성이 훼손된다, 아무도 수술을 하려고 하지 않는다 등등. 그런데 역시 마찬가지 논리도 방어할 수 있을 듯 하다. 의사들의 자율성보다 중요한 건 환자들의 생명과 안전이라고. 수술실에서의 환자는 영아보다 취약한 상태라고.... (영아는 괴롭고 불편하면 울기라도 하지, 수술실에서 전신마취된 환자는 자기 몸에 무슨 짓을 해도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앞으로 수술실 CCTV 설치가 어찌될 지 두고 볼 일이다. 어린이집 교사들은 사회적으로 낮은 연봉에 열악한 처우에 시달린다. 대부분 여성일 뿐더러 사회적인 영향력이 크지 않다. 그에 반해 의사 집단은 우리 사회에서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대접받으며, 정치적으로도 영향력이 꽤 큰 집단이다. 만일 수술실 CCTV 설치가 제도화되지 못한다면, 우리 사회가 권력을 가진 사람들 중심으로 움직이는 사회라는 것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리라. 어차피 답은 정해져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