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과 생명

퓨마의 사살, 전문가의 부재

사회선생 2018. 9. 19. 13:53

대전의 어느 동물원에서 관리 소흘로 퓨마가 탈출했다고 한다. 멸종 위기종인 퓨마가 어쩌다가 자기 터전과는 동떨어져도 한참 동떨어진 한국의 대전 동물원에 있게 됐을까. 그 사연도 알 도리가 없지만 상상만으로도 가엽다.  아무튼 철창 밖으로 나온 그 퓨마는 근처 숲속을 배회하다가 결국 사살됐다. (문득 옛날 옛적에는 어떻게 살았을까? 인간과 숲속 동물들이 삶의 영역을 나누어 서로 웬만하면 범접하지 않으며 적당히 거리 두고 살았던 시절이 있긴 있었을터. 호랑이가 많아서 인왕산었고, 백두산에도 호랑이가 어슬렁 거리던 시절 지리산에 가면 반달곰 마주칠까 전전긍긍하던 시절. 인간에게 위험하다고 모두 사살하진 않았으리라. 그래 그건 차치하고!) .

꼭 그 퓨마를 사살해야 했는지 정말 다시 묻고 싶다. 뉴스를 보니 마취 총을 맞고도 금방 깨어나서 할 수 없이 사살했다고 한다. 혹여 돌아다니다 인간에 피해를 입히면 큰일이니 적극적인 방어를 위해 퓨마를 사살한 심정은 이해가 가지만 그보다 앞서 우리네 무능한 행정의 한 단면을 보는 것 같아서 참 씁쓸하다.

마취총 맞고도 금방 깨어 났다는 건 그 정도 몸무게를 가진 퓨마를 잡기 위해 어떤 마취약이 어느 정도 필요한지 조차 아무도 몰랐다는거 아닌가?  내셔널 지오그래픽 보면 그보다 더 큰 기린도 마취해서 치료해 주고 방사해 주는 장면들이 많이도 나오더만. 고작 퓨마 한 마리도 생포하지 못하는 우리네 무능한 행정 수준이다.  마취가 안 되어서 피치 못해 죽였다는 식으로 말했지만 내가 보기엔 마취를 할 줄 몰라 죽인 거다. 전문가가 없었다는 말로밖에 반증이 안 된다.전문가의 부재 혹은 전문가의 외면. 국가의 전문가 활용 능력 제로. 뭐 셋 중 하나인데, 결국 결과는 같다.  

퓨마 입장에서는 평생 철창이라는 형벌 속에 살다가 잠깐 철창 밖에 나간 것이 죄가 되어 사살 당한 셈이다. 퓨마로 태어난게 잘못인가? 항상 잘못은 인간이 하는데, 그 책임은 늘 동물이 진다. 심지어 목숨으로... 이렇게 목숨이 하찮은 것인가? 인간을 위해서라면 동물 따위의 목숨은 함부로 해도 좋다는 것인가? 그들의 영역을 빼앗은 죄책감 따위는 1원어치도 없으면서 왜 자꾸 그들이 우리의 영역을 침범했다고만 하는가? 

뉴스를 보는 내내 전문가의 부재, 동물의 생명을 함부로 여기는 가치관. 동물원이라는 이름의 감옥. 이런 것들이 떠올라 나를 슬프게 한다. 퓨마에게는 퓨마의 삶이 있다. 인간에게 사회 속에서 각자의  삶이 있는 것처럼. 그들의 영역을 침범한 우리의 원죄를 좀 생각해 볼 필요는 없는지. 그들의 탈출시 전문가를 동원해 최대한 살려서 잡을 수 있는 매뉴얼 하나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는지. 제발 바라건데, 동물원 좀 없애자. 당신이라면 거기에 갇혀 그렇게 살고 싶겠는가? 퓨마인들 더 하면 더 하지 못하지 않으리라... 퓨마의 명복을. 어쩌면 그렇게 가는 편이 동물원의 삶보다 나았다고 하려나. 정말 슬픈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