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잘 나간다는데 지금 터어키는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 미국이 골로 갈 줄 알았는데, 미국은 오히려 최대 호황을 누리고 있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엉뚱한 나라들이 허덕이고 있다. 멕시코가 훅 갈 뻔 하다가 미국에 항복(?)하고 나프타에 가입하면서 위기 상황(?)을 면했고, 반미를 노골적으로 했던 터어키는 지금 직격탄을 맞아 허덕이고 있다.
방금 전 터어키에 살고 있는 친구와 통화를 했는데, 터어키는 지금 수입 물가는 치솟고 미국에 대한 저항감이 커지고 있으며, 우리나라 IMF때처럼 금모으기 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정치적으로 불안해지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흥미로운건 터어키에서는 노인들이 반미의 현 정권을 지지하는데, 젊은 세대는 친미를 주장하며 현 정권에 저항하고 있단다. 아는 바 없지만, 미국 자본 없이 경제 위기를 헤쳐갈 수 있을까? 미국 자본이 빠지면 어차피 서구 자본은 모두 빠지게 돼 있고, 러시아나 중국에 붙어봐야 먹을게 별로 없을텐데... 결국 시간 문제일게다. 다시 미국에 읍소하는건...
어제 터어키 사는 친구와 통화하기 무섭게, 오늘은 종합 상사 다니는 친구 한 명이 터어키로 올리브 농장 구하러 간다며 출장갔다. 터어키 환율이 떨어질 때 좋은 올리브 농장을 사서 올리브 수입 물량을 확보하려고 한다고 했다. 역시 경제 변동에 민첩하게 움직여 이윤을 찾는 기업의 역동성이란. 물론 값싸고 질좋은 올리브를 우리가 먹을 수 있게 되겠지만, 이게 터어키의 눈물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썩 좋지만은 않다. 우리도 IMF 때에 멀쩡한 기업이며 건물이며 기타 등등 자본을 얼마나 헐값에 외국에 팔았던가.
며칠 전에 만났던 친구들 모임에서, 주식으로 큰 돈을 번 - 우리의 상상을 초월할 만큼 큰 돈을 번 - 친구 한 명은 우리의 살 길은 무조건 친미밖에 없다고 역설했다. 미국의 자본이 빠져 나가는 순간 우리는 한 방에 훅 간다고. 그냥 미국 비위 잘 맞춰 주며 돈 나가지 못하게 하고, 더 나아가 투자 유치 하는게 가장 좋은 정치라고 단언했다. "배고픈 소크라테스? 잘난척 하지 말라고 해. 배부른 돼지가 나은거야." 그 친구는 일본 아베도 트럼프에게 납작 엎드려, 골프장에서 카트 운전해 주고 경기 회복이 시작됐다는 우스개 소리도 했고, 터어키는 반미하다가 지금 저 꼴 났다고 빨리 잘못했다고 빌며 돈 달라고 해야 할거라고 했다. 어차피 미국 자본 없이 경제 성장은 불가능하다고,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 낮아지는건 다 반미하다 이 꼴 난거라고 했다. 자신은 주식을 하기 때문에 경기에 매우 민감하고 그 지수로만 모든 걸 판단하는데, 우리 경제의 답은 친미밖에 없다고 했다. 매우 과장되고 왜곡된 것처럼 들리면서도 한 편으로는 완전 틀린 말은 아니라서 이해가 되기도 한다. 거대 자본의 흐름 속에서 어떻게 신흥국가들이 경제적 자율성을 지킬 수 있겠는가?
그런데 계속 꼬리에 꼬리는 무는 생각. 과연 미국의 호황이 얼마나 오래 갈까?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때문에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현상 아닌가? 수출은 증가하고 있는데,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인 우리나라의 현재 상황은 이제 더 이상 자력으로는 경제 성장을 할 수 없다는 걸 보여주는건 아닌가? 미국의 호황이 곧 끝나고 전세계적인 불황이 닥칠까? 진짜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