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무수첩

아파트 경비원에는 청년이 없다

사회선생 2018. 8. 6. 13:23

수 십 년 동안 아파트에만 살았다. 그런데 한번도 청년 경비원을 본 적이 없다. 대부분 은퇴한 혹은 그 언저리의 연령을 가진 초로의 노인이다. 이처럼 특정 연령대나 성별이 배제된 직업은 사회적으로 차별이 내재된 직종일 가능성이 높다. 노동 강도에 비해 임금이 적거나 혹은 많거나. 많으면 그들끼리만 가지려고 하기 때문에 진입 장벽이 높아 특정 집단끼리만 차지할 가능성이 높고(명문대 남성), 적으면 더 이상 갈 곳 없는 빈곤층(가난한 노인, 불법체류외국인)이 몰린다.  

업무의 특성상 특정 성별이나 연령대만 할 수 밖에 없는 직종이 있을 수 있지만, 대부분의 직종은 그렇지 않다. 어린이집 교사라고 남성이 못할 것도 없고, 중장비 기사라고 여성이 못할 것도 없다. 임금수준, 사회적 편견 등이 몰림 현상을 낳을 뿐이다. 어떤 직종이든 다양한 연령대와 남녀의 성비가 비슷한 것이 바람직하다. 적어도 그런 직종은 그렇지 않은 직종보다 여러가지 면에서 덜 차별받는 직업일 가능성이 높다. 

아파트 경비원에 청년들이 없는 이유는 안정성도 없을 뿐더러 최저 임금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특별한 메리트도 없는데, 이미 노인들이 차지하고 있는 집단에 들어갈 이유가 없다. 우리네 임금이 보이지 않는 손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건가? 이미 노동 시장의 수요와 공급의 균형은 완전히 깨졌고, 절대 시장 경제 원리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즉, 저임금을 받고 고학력 청년들이 움직이지 않는다. 그들로서는 개인적으로 그게 합리적 선택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임금 구조가 사회적 인재를 적재 적소에 배치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지? 아무리 봐도  결과적으로 자원의 최적 배분을 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공정한 배분을 하는 것도 아니다. 청년 실업자는 넘쳐나고. 농촌과 공장에서는 일 할 사람 없어서 죽겠다고 난리이니 최적 배분은 아니고, 일을 하면서도 생계의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이 있으니 공정한 배분도 아니다.

학력 인플레이션과 노동 시장의 불균형. 임금 격차의 해소만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직종에 따른 임금 격차가 약화되면 학력인플레이션도 없어질거고, 노동 시장의 수요와 공급이 이전보다는 훨씬 균형을 이룰 가능성이 높아진다. 분명히 돈이라도 벌겠다며 - 지금은 돈 벌기도 힘드니 접근하지 않았지만 - 농촌이든 아파트 경비든 청년들이 접근할 거다. 그리고 임금 차별과 사회적 편견이 배제되면 대부분의 직종에 다양한 연령대가 포진하게 될 거다. 가사 도우미나 어린이집 교사에 여성이 많은 이유도 따지고 보면 저임금에 사회적 편견까지 가세되어 있기 때문이다. 임금이 높아지면 남성이 진입하려고 할 것이다. 청년 경비원을 보는 날이 과연 대졸 청년들마저 경비로 내 몰리는 시대가 될 것인지, 경비원도 살만한 직종이라 누구나 지원하는 시대가 될 것인지. 분명한 건 우리가 가야 할 길은 후자라는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