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

작업중지권과 최저 임금 보전제

사회선생 2018. 8. 2. 13:04

며칠 강원도 속초에 있었다. 서울은 40도가 되었다고 하는데, 속초에서는 바닷 바람이 불어서 그런지 아침 저녁으로는 이불을 끌어당기게 될 정도로 괜찮았다. 너무 더워서 서울에 갈 엄두가 나지 않았지만 이러 저러한 일들로 돌아오는 길, 점점 자동차 계기판의 실외 온도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35도를 훌쩍 넘는 이런 날씨에도 도로에서 공사를 하는 인부들의 모습이 보였다. 지난 겨울 혹한에도 우편배달을 해야 하는 청년을 보면서 이야기했지만, 기온이 지나치게 높거나 낮은 날은 야외 노동을 하는 사람의 경우 업무를 중지시키고 최저 임금을 보전해 주는 정책이 필요하다. 아니면 정말 시각을 다퉈야 할 만큼 불가피한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혹한 수당이나 폭염 수당이라도 현실적으로 책정해 주어야 한다. 

아니나다를까 맥도날드 아르바이트 학생이 이렇게 더운 날에는 배달하기 힘들다고 '작업 중지권'과 '폭염 수당'을 인정해 달라며 1인 시위를 하고 있다고 한다. 아, 작업중지권. 이런 권리가 있을 수 있구나. 난 왜 임금 받고 일하는 것이기 때문에 헌법에 보장된 권리 말고는 생각도 못 해 봤지.비인간적인 작업 환경을 거부하며 업무를 거부할 수 있는 권리가 있을 수 있다. 이런 날씨에 야외에서 일해야 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권리, 또 하나 배웠다. 인간의 존엄성이 있다면 혹한이나 혹서에는 야외 노동을 금지시켜 마땅하다. 권고가 아니라 금지시켜 마땅하다. 금지시킬 수밖에 없는 건 약자를 위해서이다. 기업은 하기 싫으면 하지 말라고 얼마든지 말할 수 있기 때문에... 그리고 최저임금보전제를 통해 그런날 일 못해도 최소한의 생계는 유지할 수 있게해 주어야 한다. 최저임금보전제가 받쳐주지 않는다면 혹한이나 혹서에 쓰러질 지언정 일하러 갈 수밖에 없으니... 

조금 다른 이야기. 차 안에서 가족들과 그런 이야기를 하자 어르신이 말씀하신다. 당신 세대는 옛날에 중동 가서 이런 땡볕에 일해서 돈 벌어 한국에 부치고, 그래서 이렇게 먹고 살게 된 거라고.... 그래서 이제 너희 세대가 최저 임금 보전이니 이런 말을 할 수 있게 된 거라고... 뉴스를 보니 지금 서울보다 기온이 높은 도시는 정말 중동의 몇몇 도시에 불과하다. 문득, 이런 날씨에 고향도 아닌 타지에서 땀 흘리며 돈 벌어 가족에게 보내는 삶을 살았던, 그리고 지금도 그렇게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의 삶의 태도에 숙연해진다. 앗, 이러다가 이제 우리나라도 더운 날과 추운 날에는 외국인 노동자에게 일 시키자고 하는건 아니겠지. 더운 나라에서 온 노동자는 괜찮을거라면서... 제발 그런 식의 나만 아니면 된다는 식의 해결책을 찾지 말길. 내가 힘들면 모두 힘들고, 힘들면 힘든 만큼의 대우를 해 줘야 한다는 인식이 확대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