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에게 방학 중 월급을 안 주면
교사에게 방학 중 월급을 지급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청원이 올라와서 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뉴스 꺼리도 되지 않는 이야기지만 워낙 먹고 살기 힘든 사람들이 많으니 방학 중 월급마저도 특권처럼 느껴지나보다. 그런데 방학 중 임금을 주는 것은 특권을 주는 것이 아니라 교사로서 학기 중 성실성을 담보하고, 교사로서의 의무를 담보하기 위한 장치이다. 내가 꼭 교사이기 때문에 하는 말은 아니다. 방학 중에 학교에 나가서 일하는 교사들이 많든 적든 그게 이유가 아니라 (요즘은 방학 중에도 업무가 많다.) 교사들에게 무노동 무임금, 학기 중에만 교사. 방학 중에는 교사가 아니라고 할 경우 우리 사회에서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많다.
며칠 전 미국에서 사는 혹은 살았던 친구들을 만나 들은 푸념이 생각난다. 한 명은 샌프란시스코, 한 명은 산호세에서 자기 아이들을 초등학교에 보낸 친구들은 이구동성 말했다. 미국의 초등학교 선생님들은 너무 자주 결근을 해서 제대로 수업이 진행되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고. 한국 문화에 익숙한 자신들이 비정상인지 가족 여행이 있다고 졸업식 날에도 결근한 그 교사가 비정상인지 잘 모르겠다고 했다.
한국의 학교에서는 교사들이 자기 자식 졸업식은 못 가도 자기 반 졸업식에는 참석한다. 그 룰을 어기는 교사는 거의 없다. 학기 중에 수업 밀어두고 여행이나 휴가를 위해 연가를 쓰는 교사도 거의 없다. 학기 중 연가는 수업 실손이 없는 한에서 매우 특별한 일이 있을 때에만 쓴다. 이사 가는 날에 연가를 쓰는 것 마저도 얼마나 눈치 보이는지 모른다. 방학이 있으니 웬만한 일은 방학에 하라는 무언의 약속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방학이 없어진다면 우리도 미쿡식이 될 수밖에 없다. 학기 중에 툭하면 수업의 맥이 뚝뚝 끊기든 말든 여행가고, 쉬고, 그 수업을 대체 강사들이 한다고 생각해 보라.
그리고 방학 중에 월급을 주지 않으면 교사들에게 영리를 추구하는 활동을 허용해야 하는데, 이게 또 부작용이 만만치 않을거다. 방학 중 월급을 안 주고 영리 추구 활동을 허용하면 장담하는데, 교사들은 사교육 시장으로 뛰어든다. 현직 교사이고 그 학교의 가르치는 과목에서 평가권까지 있는 교사가 과외를 하거나 학원에서 강의를 한다고 생각해 보라. 어떤 명분으로 금지시킬 수 있는가? 교사가 자기 잘 하는 걸로 방학 중 돈 벌어 생계 유지하겠다는데. 그걸 막을 수 있을까? 교사는 가르치는 일 하지 말고 육체 노동해서 돈 벌라고? 업종이라도 정해 줄 심산인가? 위헌이다.
교사가 안정적인 직종이긴 하지만 그렇게 고임금 직종도 아닌데, 방학 중 월급마저 주지 않으며 각자도생하라고 하면 우리 사회에서는 득보다 실이 훨씬 많아질게다. 학기 중에 성실성을 담보하며, 방학 중에 휴가를 몰아서 사용하는 것이라고 여기면 그렇게 아까울 것도 없건만... 같이 잘 살자고 해도 뭣한데, 쟤만 잘 사는건 배 아프다고 하면 이거 원 같이 죽자는건지. 그 폐해는 학생과 학부모가 받게 될 가능성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