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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드래곤과 군대

사회선생 2018. 6. 26. 13:58

여전히 아이돌이라면 꺄악 소리를 지르는 친구가 있다. 7~8년 전쯤인가, 친구의 차를 타고 이동하던 중, 무한도전 가요제 CD가 있기에 내가 한 마디 했다. "야, 우리 나이에 무한도전 CD는 아니지 않니? 너 음악적 소양이 좀 의심스럽다?" 했더니 정색을 하며 'GD님'이 나왔기 때문에 사 줘야 했단다. 그러면서 덧붙였다. "뒷 좌석에 있는 노란 백팩 보이지? 그게 GD가 CF에서 맸던 모델이잖아. 그래서 샀어." 진짜 빵터졌다. 음악에 관한 조예가 깊어 음악에 관한 글로 먹고 사는 친구인데, 음악적 완성도고 뭐고 다 필요 없댄다. GD님의 매력에 풍덩 빠져 산단다. 그래서 중딩 아들도 TV에 빅뱅이 나오면 크게 외친단다. "엄마! 엄마 애인 나왔다."

그날 이후 나도 TV에 GD가 나오면 주의깊게 보게 됐는데, 허 참. 얘가 매력이 있다. (아들 뻘이니 얘라고 해도 이해하시길!) 그냥 끼가 온 몸에서 철철 흘러나오는 천상 연예인이다. 남들이 입으면 넝마주이같은 옷도 얘가 입으면 전위적 패션이 되고, 말투 역시 맨정신인지 한 잔 하고 방송하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웅얼거리며 살짝 들떠 있다. 머리가 나쁘지 않아서 방송에서는 품위를 의심받지 않을 만큼 딱 적당한 선을 지킨다. 자기 이미지 관리를 할 줄 안다. 하지만 그냥 생긴대로 살면 일상 생활에서는 부도덕과 범죄의 세계로 들락날락할 것 같은 느낌이었다. 성공했으니 예술가 소리 듣지, 만일 그냥 동네 오빠였으면 비정상적인 미친놈 소리 들었을 것 같은.... 

그런 애가 군대를 갔단다. 도저히 군대와 GD는 어울리지 않는다. 어울리지 않는걸 떠나서 이런 애가 군대 가면 군대에 있는 사람에게도 민폐일거 같다. 적응할 수 없는 혹은 적응할 의지가 없는 사람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할 수 없어서 가긴 갔는데 가서 뭘 하겠는가? 아무리 군대라는 곳이 안 되는 것도 되게 하는 곳이라지만 그것도 옛날 얘기지 요즘 군대가 어디 그런가. 모르긴해도 GD 정도되면 군대에서도 알아서 떠받드느라 선임들도 피곤하면 피곤했지 편할 리가 없다. 아니나 다를까, 자대 배치 받은 이후 두 달 중 GD가 30일 정도를 병상에 있었다고 한다. 기업 총수들이 수사 받게 되면 입원하는 것과 흡사한 특혜가 분명한 것 같은데 기획사에서는 특혜가 아니라고 발끈하고 있다. 하긴 아프긴 아플거다. 적응하기 힘드니 마음이... 혹은 정신이...

GD를 보면서 드는 생각. 우리나라도 이제 대체복무제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봐야 할 때가 된거 같다. 군대 2년 가야 한다면 대체복무는 3년 쯤으로 사적 이윤을 추구하는 행위는 일절 금지시키고, 공공봉사하는 일을 빡세게 시키는거다. 봉사활동시킬 만한 곳이 어디 한 두 군데인가? GD정도 되면 저소득청소년들이나 장애를 가진 청소년들에게 음악 가르치는 일을 해도 되고, 청소년 범죄자들 만나 공연이라도 해 주고 ( 아, 이건 교화에 도움이 안 되려나.. 아무튼!) 뭐 찾아보면 그런 사람이 봉사하며 재능 기부할 수 있는 일도 많이 있을거 같다.

비단 GD 뿐만 아니라 전쟁을 거부하는 종교적 신념을 가진 사람들에게도 대체복무의 기회를 주면 되지 않는가? 가난한 동네의 할 일 많은 사회복지사 보조를 시켜도 되고, 중증 장애인 도우미를 시켜도 되고, 찾아보면 분명히 많이 있을 것이다. 꼭 군대가 아니더라도... 

죽어도 군대는 못 가겠다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다 대체복무하지 군대 안 갈까봐 걱정하는데, 글쎄... 일의 경중을 적절히 나누어 업무를 만들면, 또 군 복무 기간보다 대체복무 기간이 길다면, 그리고 면제나 공익근무같은게 없다면 - 공익근무는 하는 일 없이 편한 특혜처럼 보인다 - 굳이 대체복무하겠다고 다 나서지는 않을 거 같다.

물론 위정자 입장에서는 생각해 봐야 할 꺼리들이 한 두 가지가 아니겠지만, 적어도 장애와 같은 문제를 갖지 않은 한 군 면제가 없어지고, 병역기피가 아닌 대체복무를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길을 만들어주는 방향으로 가면 병역 기피를 위한 범죄나 특혜 시비도 줄어들거고 비교적 건강하게 복무(?)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세상은 넓고 병사 대신 할 수 있는 힘든 일도 많다. 총 못 잡겠다고 하면 고무장갑 끼게 하고 걸레나 빗자루 쥐어주면 되지 않겠는가. 사회 생활 멀쩡히 하고 있는데 면제 받았다고 하면 다 특혜라고 생각하지 누가 그걸 공정하다고 여기겠는가. 할 수 있는 수준의 일을 시키는 대체 복무제 도입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