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무수첩

우리가 바라는 인재상은 무엇인가

사회선생 2018. 5. 9. 10:02

법과 정치 수업 시간에 협동학습을 했다. 성적이 우수한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들을 한 모둠으로 편성했고, 전체 모둠원의 성취도가 이전보다 향상됐을 때에 더 많은 점수를 주겠다고 했다. 그런데 성적이 아주 우수한, 그래서 반드시 1등급을 받아 명문대에 가겠다는 열망을 가진 학생이 이의 제기를 했다.  "선생님, 제가 공부 못 하는 학생 때문에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잖아요. 제 공부 하기도 힘든데 제가 왜 쟤까지 가르쳐주며 이끌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이건 불공평해요."

나는 그 말이 훗날 이런 말로 변화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왜 세금을 많이 내야 돼?  내가 부자되는 데에 쟤들이 뭐 보태준거 있어? 내 힘으로, 내가 노력해서 돈 벌었는데 왜 자꾸 세금 내라 난리야? 가난한 사람들이야 지들이 알아서 살 것이지, 내가 왜 걔들 삶까지 걱정하며 세금을 더 많이 내야 되냐고? 이건 억울해."  

분명히 공부 잘 하는 그 학생은 명문대에 진학할거고, 의사가 되든, 변호사가 되든, 행정고시 패스하여 고위 관료가 되든 분명히 사회적으로 선망받는 고소득의 직업을 갖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지금 가지고 있느 그 생각이 변화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인간에 대한 연민, 공동체에 대한 배려를 제대로 진지하게 생각하고 성찰하며 의견을 나눠 본 적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현재 내가 가지고 있는 지식이 정말 온전히 내 것인가? 자신이 왜 쟤들보다 공부를 잘 하게 됐을까? 이런 생각들을 조금만 해 본다면 그렇게 쉽게 이야기하지 않을텐데... 그런 생각같은 건 해 본 적도 없고, 오로지 현재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을 최대한 이용해서 자신의 기득권을 유지하는 데에만 혈안이 될 가능성이 높다. 고등학교 때에 국영수 공부 조금 잘 했다는 이유로 모든 사회적 희소 가치를 독점하며 사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길 것이다. 우리가 원하는 인재상이 이건가? 정말 이것이 정의로운가?  

운 좋게도 교육에 관심을 가지고 물심양면 늘 지지해 준 부모님을 만났고, 운 좋게도 공부 머리가 아주 나쁘지는 않았고, 운 좋게도 사회에서 제도적으로 갖춰진 학교 교육을 받을 수 있었고 기타 등등. 내가 공부 잘 하게 된 데에는 내 노력만큼이나 혹은 그보다 더 큰 내 주변 환경과 운이 더 크게 작용했을 거라는 생각을 하지 못할거다. 내 지식을 나누면서 사는 것이 의미있고, 가치있는 삶이라는 것을 모른채, 무조건 쟤보다 많이 알아야 하고, 쟤보다 많이 가져야 하고, 쟤보다 우월해져야만 살아 남는다고 생각할 것이다. 사실 생존의 문제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생존처럼 비장하게 더 갖기 위해 몸부림치며 산다.  

나는 우리가 바라는 인재상이 무엇인지, 그에 맞춰서 공교육이 바뀌어야 한다고 믿는다. 적어도 공부 잘 하는 학생이 자신의 지식을 이용하여 기득권을 지키는 데에만 - 우리의 정치 문화처럼 - 혈안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도덕성과 인성이 뒷받침 되지 않는 지식은 무기보다 더 나쁜 것이 될 수 있다. 우리네 학교 교육도 평가 방법도, 입시도 다시 원점에서 시작해야 한다. 정말 우리가 바라는 인재상은 무엇인가? 우리가 바라는 시민상은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