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무수첩

성과급. 자가 평가해 주세요

사회선생 2018. 4. 24. 08:36

성과급 자가 평가 항목이 16가지이다.  돈이 걸려 있어 워낙 예민한 문제이다 보니 1, 2점으로 변별(?)하기 위해 학력신장점수까지 계산을 해서 적으라고 해 놓았다. 담임 교사의 경우 해당 학급의 모의고사 성적이 3월 대비 수능에서 얼마나 올랐는지를 측정해 점수를 적으라는 식이다. 그래봤자 담임 비담임의 점수 차이가 최대 4점이다. 해당 학급의 점수가 올라서 그 점수를 챙길 수 있는 사람도 별로 없지만, 어차피 연수 이수 여부의 점수 차이가 10점이기 때문에 아무리 담임을 하고 점수를 올려 놔도 담임 중에 B를 면키 힘든 사람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그걸 뻔히 아는 나로서는 귀한 시간에 반평균 몇 점 올랐나를 계산하고 앉아 있고 싶지 않았다. 온라인 연수는 받지 않았지만, 관련 교과 관련 특강 들으러 다니고 스터디 하러 다니고, 논문 읽으며 공부하기 때문에 나름대로 연수받는다고 여기며 온라인 특강은 깔끔하게 포기했다. 그리고 B를 선택했다.  

그래서 학급 점수표를 놓고 몇 점에서 몇 점 올랐는지, 그래서 내가 0.1점을 더 받을 수 있는지 없는지 계산을 하고 싶지가 않았다. 구차하기 이를데 없는 이 기분이란! 그래서 채점표에 이름 쓰고 도장 찍은 후 빈 칸으로 냈다. 왜 빈 칸으로 냈는지 교감님은 모를거 같아서 친절하게 설명도 달았다. '어차피 B. 의미 없다 판단되어 계산하지 않겠습니다.'높은 점수 달라는거 아니고 기꺼이 B 수용할거고 B 받겠다는데 점수 계산하라고 하지는 않겠지.

잊고 살았는데, 성과급 채점표를 보면 공정성을 가장한 정치성이 보여서 매우 열 받는다. 힘든 일은 하고 싶지 않고, 점수는 많이 받고 혹은 주고 싶은 대상들을 챙겨야 하는 그네들의 속내가 너무 빤히 보이기 때문이다. 부장하기 힘들어 하기 때문에 그들을 우선적으로 배려할 수밖에 없다고 교장 교감은 말한다. 부디 '부장할래, 담임할래' 물어보길. 그러면 다 부장한다고 할테니. 비담임의 혜택만으로도 감사해 기꺼이 B를 수용한다고 할거다. 그들이 원하는 충성 경쟁 체제를 만드는 데에 그다지 손해볼 일도 없을거다. 그런데 가장 최전방에서 온갖 험한 꼴 다 당하며 힘들게 일하는 담임들에게 B를 주며 자기 사람 챙기기 위해 꼼수를 쓴다. 공정성을 가장한 - 점수화하기 조차 힘든 - 항목의 나열과 - 1,2점 차이밖에 안 되는 - 점수 배분. 객관적이라고? 문항 자체의 타당도에 문제가 있는데 어떻게 평가 결과를 신뢰할 수 있단 말인가? 평가문항의 배점은 중요도와 난이도에 비례해야 한다. 평가의 기본 아닌가? 담임업무와 연수 중 중요도와 난이도가 높은게 뭘까? 그런데 그렇게 배점하고 싶지 않은 이유는 뭘까? 내가 평가 문항에 대해서는 쪼금 아는데, 이건 아니다. 절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