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자료

동물원, 무죄의 종신형. (박노자의 좌우는 있어도 위아래는 없다 176-180)

사회선생 2013. 7. 2. 09:51

 

(중략) 기린이나 사자, 고릴라의 피곤하고 생기 없는 행동을 보노라면 기후와 음식에 적응하지 못한데다 만성적인 스트레스로 인해 일종의 신경병을 앓고 있는 듯 보였다. 그런데 가장 놀라운 것은 독일 청소년들의 견학 모습이었다. 그들은 대부분 고릴라나 침팬지에게 주먹질을 하거나 위협하고 놀라게 하는 행동을 하며 즐거워했다. 주위의 어른들도 무관심한 동물의 주의를 끌기 위해 자녀들과 함께 부지런히(?) 노력하고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괴로운 나날을 보내는 동물을 괴롭히기까지 하다니...... 그들이 며칠이라도 ‘바꿔서’ 그 우리에서 생활해 보았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 죄 없이 ‘종신형’을 받고 매일 놀림감이 되어야 하는 생활을 해 보면 동물원에 갇혀 살아가는 희생자들의 처지를 알 수 있지 않겠는가? (중략) 선진적인 동물원에서도 무죄의 종신형 죄수, 동물들의 고통은 마찬가지다. 잡혀온 동물은 모두 한 동물 가족의 소중한 구성원이다. 우리는 텔레비전에서 동물 가족을 지켜보며 흐뭇해 하면서도, 동물 포획이 얼마나 비극적인지는 생각하지 못한다. (중략) 인간의 욕구를 채우기 위해 동물의 자유를 일방적으로 또 폭력적으로 박탈하는 것을 합리화할 수는 없다. 인간이라는 동물이 더 강하고 똑똑하다 해서 더 약한 동물에게 죄를 저지를 권리는 없다. 봉건시대의 군주와 귀족들이 과시적으로 사치를 일삼던 전통을 그대로 이어받은 제국주의적 ‘과학성’의 상징인 동물원의 존재는 인간의 야만성이 불멸한다는 것을 증명해 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