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중립성을 지킬 수 있나요?
수업 시간 중, 교사의 정치적 중립성에 대하여 한 학생이 질문을 해 왔다. "선생님! 우리가 배우는 과목이 법과 정치인데, 어떻게 선생님이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면서 수업을 해요? 그건 불가능한거 아니에요? 정치적 중립성 원칙은 없어져야 하다고 생각해요." 아주 똑똑한 녀석이다. 학생의 날카로운 질문은 주변 학생들에게 생각할 기회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교사도 성장시킨다. 좋은 질문 고맙다고 하며 답변을 했다.
'네가 한 질문은 여전히 지금도 논쟁꺼리이다. 교사의 정치적 중립성이 국민으로서의 정치적 자유를 침해하는 것 아니냐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가 지금 그에 대한 생각을 이야기하는 것도 어떤 의미에서 보면 정치적 중립성을 지지하면서 동시에 정치적 중립성을 해할 수도 있는 말이지. 하지만 질문이 들어왔으니 내 생각을 이야기하마. 교사의 정치적 중립성은 규범적 차원의 원칙이다. 지키기 어려운 건 맞지만, 그렇다고 그 원칙을 무시할 수는 없다. 그 이유는 두 가지이다. 수업은 사적 자리가 아니고 공적인 자리이다. 그리고 너희와 나는 어쩔 수 없이 권력의 상하 관계가 형성돼 있다. 그런 이유로 나의 행위는 원튼 원하지 않든 나의 말과 행위는 너희를 정치적으로 유도, 선동, 압박, 불편함 등을 을 초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대통령 선거철이라고 가정해 보자. 너희가 내게 누구를 지지하느냐고 질문을 해서 내가 A를 지지한다고 하며 그의 장점을 나열했다고 생각해 보자. B를 직접적으로 비판하지 않았다고 해도 이건 B를 지지하는 사람들을 훈계하여 A로 몰려는 정치적 행위가 될 수 있으며 동시에 B를 지지하는 사람을 매우 불쾌하게 만들 수 있다. 정치적 자유가 있는 사회에서, 누가 누굴 지지하든 존중받아 마땅하다. 그런데 권력의 위계가 있는 자리에서 내가 A,를 지지한다고 밝혀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A로 모는 것이나, 불편함이나 압박을 느끼게 했다면 이는 분명히 문제이다. 만일 너희와 내가 평등한 관계이고, 사적인 자리라면 누구를 왜 지지하는 밝히면서 강하게 어필하기도 하고 논쟁하기도 하고 싸울 수도 있겠지만. 우리는 그럴 수 없잖니? 너희가 나를 이기겠어? (학생들은 웃으며 인정한다.) 지키기 어렵다고 해서 정치적 중립성을 버리면 폐해가 정당화될 거 같아 나는 정치적 중립성을 지향한다는 가치는 인정한다."
사실 나도 민감한 시기, 국내의 정치적 인물을 다룰 때에나 조심스럽지, 인물이 아닌, 쟁점의 사안으로 들어가면 옳다 그르다 가치 지향적으로 이야기하고, 외국인의 경우에는 인물로 들어가서 트럼프나 기타 등등 욕도 많이 하고, 동물권 주장도 종종 하고, 엄밀하게 이야기하면 정치적 중립성과는 거리가 멀다. 마지막으로 학생들에게 말했다. "나의 정치적 견해를 듣고 싶다면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사적으로 매우 친해지거나, 사안으로 질문하거나. 누구를 지지하세요가 아니라 OO정책에 대한 선생님의 견해를 듣고 싶어요 이런 식으로. 알았지?" 얘들이 알아들었으려나? 그 질문한 녀석은 알아 들었을거다. 아, 1교시부터 너무 무거운 이야기를 했다보나. 이제 당분 섭취 좀 하고 3교시 준비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