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은 취약하다
9억원을 보이스 피싱으로 날린 70대 노인 이야기가 마음 한 편을 서늘하게 한다. 40대쯤 되면서 우리는 누구나 세상에서 제일 지혜롭다고 여겼던 부모님이 서서히 기억력과 판단력이 흐려지는걸 목격한다. 그 모습을 통해 우리의 미래 모습을 본다.
노인 운전이 위험하다며 노인들의 운전을 제한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들리고, 노인에게 주었던 지하철 무임 승차권을 폐지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그런데 노인들이 사회의 모든 범죄에 취약하게 노출되어 있는 현실에 대해서는 무관심해 보인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범죄가 더 죄질이 나쁜 것처럼, 노인을 대상으로 한 범죄도 마찬가지이건만 우리는 전자만큼 후자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
노인 대상 범죄는 크고 작게 참 많다. 특히 보호받아야 할 노인일수록 더 범죄와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 함께 사는 자식도 없고, 이웃과도 단절된 채 살며, 배운 것도 없는 노인의 경우에는 보이스 피싱이 뭔지 알게 뭔가? 그 말조차 생소한것을...
우리 주변에 조금만 관심을 갖고 보면 노인대상 범죄는 소소한 사기부터 대형 범죄까지 참 많다. 작게는 시장에서 물건값을 속이거나 휴대 전화 가게에서 바가지를 씌우거나 케이블 통신사에서 호도하여 동의를 얻어낸 뒤 보지도 않는 유료채널 요금을 부과하거나 기타 등등 셀 수 없다. 일을 하고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거나 젊은이에게 폭행을 당하거나 보이스 피싱을 당하는 일도 신문 사회면에서 자주 본다. 분명히 옆에 보호자가 있었다면 혹은 좀 더 적극적으로 도움을 청하는 방법을 알았다면 그런 사기를 혹은 범죄를 당하지 않았을거다.
노인의 비율이 점점 높아지는 사회이다. 노인이 우리에게 주는 피해때문에 노인 운전과 노인 무임 승차를 제한하는 것을 논하면서 동시에 똑같이 노인 대상으로 한 범죄에 관해서도 어떻게 해결해야 할 지 논의해야 한다. 물론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 보호라는 것은 법적 권리의 제한이 수반되기 때문이다. 그에 대해서도 사회적으로 논의할 때가 되었다.
노인 혼자 사는 집에서 변기 수리해 주고 천만원 청구했다는 업자 이야기를 미국 뉴스에서 본 적이 있다. 우리네 사회에서도 몇 만원이면 끝날 수 있는 것을, 노인들은 정보 검색 능력이 없다는 이유로 수 십만원 청구한 사례가 없을까? 노인은 심신이 취약하다는 것을 인정한다면, 그들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가 뭔가 필요하다. 평생 모은 돈 9억원을 보이스 피싱으로 날린 노인. 노인 복지의 차원을 조금 더 질적인 차원에서 생각해 봐야 할 때인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