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

민주주의? 폼은 다 잡더니

사회선생 2018. 3. 13. 09:28

진보 정치가들이 미투 운동에서 더 표적이 되는 이유는 사회적으로 그들에 대한 기대가 보수에 대한 기대보다 더 컸던 탓일지도 모른다. 그들은 '약자의 인권'을 핏대 세우며 부르짖지 않았는가. 아예 드러나지 않으면 모를까 저 놈 내가 뻔히 아는데 맨날 TV에 나와서 미투 운동을 지지한다 어쩌구 하며 더 큰 자리를 노리는 걸 보면 조용히 덮고 살고 싶었던 피해자도 이건 막아야겠다 더 이상 못 봐 주겠다 하며 결단할 만하다.

보수 정치인들이 표면화되지 않는 이유는? 우리끼리는 이런 뒷담화를 나누고 있다. 보수는 확실하게 - 위계로 했든 돈으로 했든 - 입막음을 했기 때문에 표면화되지 않거나 - 트럼프가 돈으로 성추문을 막아내고 있는 것처럼 - 너무 거물이라 건드리면 다치기때문에 겁이 나서 말 못하는 것이라고... 물론 정확히는 모른다. 확실한건 보수 정치인들 다를까 싶은 생각 뿐. 성 문제에는 진보 보수가 없다. 그냥 권력을 가진 남자만 있을 뿐이다. 건드리면 다 나와. 이게 가장 맞는 말 같은데...  

정치가들에게 민주주의는 장식품인가보다. 공적으로 활용해야 할 권력을 사적 도구로 활용하고, 심지어 인간까지 성적 도구로 삼았다는 점에서 그들이 민주주의를 논할 자격이 있는지. 기사에 의하면 안희정을 고발한 수행비서는 이렇게 말했다. '늘 이야기하신 것 중에 '네 의견을 달지 마라', '네 생각을 말하지 마라', '너는 나의 거울이다, 투명하게 비춰라', '그림자처럼 살라'고 이야기 하셨다.' 나는 그녀의 증언 중 이 말이 가장 충격적이었다. 그가 진짜 민주주의를 실현하고자 하는 사람이었다면, '혹시 내 생각이 틀리지 않았는지 다른 생각이 있으면 언제든지 말해 달라.'고 해야 하는거 아닌가? 우리네 권력자들의 속내이다. '내 앞에서 절대 노우라고 하지 말라. 절대 권력으로 알고 복종해라'

우리 사회 정치인의 한 단면인 것 같다. 민주주의가 뭔지 모르거나 민주주의조차도 자신의 이익을 위한 수단으로만 활용하는 사람들이 권력을 가진 정치인이고, 인기를 얻어 대통령이 될 뻔한 정치인이다. 그런데 드러나지 않을 뿐, 그런 사람들이 여전히 권력을 잡고 이권을 넘어 여성까지 도구화하며 탐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니 슬퍼진다. 부디 미투 운동이 정치인들의 정화 운동으로까지 번지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