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임이 이상해
가끔 친구들을 만나면 자기 아이의 담임 교사 이야기가 나온다. 담임이 좋네 나쁘네부터 이런 말을 했네, 이건 무슨 뜻으로 한 말인지 모르겠네 등등... 곤혹스러운 일이 생기면 나에게 이럴 때엔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묻기도 한다. 그런데 낸들 해결책을 알겠는가? 학교에서 근무한다고 학교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우리 학교 문제도 해결 못하는데, 남의 학교의 모르는 교사 문제는 더더욱.
사례1. 지난 2월 초, 고 2인 아이가 울며 오더란다. 이유인즉, 담임 선생님이 수학교사인데, 학생들 생기부의 과목별 세특과 행동발달을 똑같이 복사해서 붙여넣기를 해 놨기에 아이들이 바꿔달라고 했더니 '건방지다, 교권침해다. 나쁘게 써 주겠다.' 혼을 내며 쫓아냈단다. 그 이야기를 아이에게 들은 지인은 나에게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하냐며 하소연했다.
사레2. 그제께 밤 11시 친구가 카톡을 보내왔다. 고 2인 아이의 새 담임이 학부모 단톡방을 만든 후에 보낸 내용이라며 캡처해서 보여준다. 금요일에 라면 파티를 하니 준비물을 챙겨 보내 달라는 교사의 말에 학부모 중 몇몇이 학생 전체에게 간식을 보내겠다, 음료수를 보내겠다, 과일을 보내겠다 찬조 경쟁을 하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그런데 교사가 '네 감사합니다. 부담없는 선에서 받겠습니다. 앞으로도 협조 부탁드립니다.' 라고 답을 달았다. 친구는 이게 도대체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다며 '하라는 말 맞지? 정말 요즈음 이런거 해도 돼?' 내게 묻는다. 친구는 이래도 저래도 걱정된다며 한밤중에 내게 넋두리를 했다.
사례3. 어제 밤, 친구가 가까운 지인의 딸이 내가 근무하는 학교에 다닌다며 특정 교사에 대해 물어왔다. 아마 친구가 그 지인과 함께 있고, 질문을 대신 해 주는 듯 했다. *** 선생님을 아냐고 물어보며, 그 선생님이 수업 시간에 '내 반만 되면 대학은 걱정없다. 나는 이대 보낼 애는 고대 보내고, 고대 보낼 애는 서울대 보낸다. 내가 써 주는 생기부는 다른 선생님들과 차원이 다르다. 나는 최고의 입시 전문가이고 고대와 카이스트에 학생을 많이 보내서 감사패도 받았다'고 했다는데 사실이냐고 확인차 전화했단다. 아, 당황스러워라. 그렇다고 하자니 거짓말이고, 아니라고 하자니 동료 교사 바보 만드는거 같고...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어떤 유형의 교사인지 감은 잡힌다. 결코 좋아할 수도, 이해할 수도 없는 유형의 캐릭터들이다. 그렇다고 교육청에 신고하라고 할 수도 없고, 담임에게 따지라고 할 수도 없고, 직접 정색하고 사실이냐고 물어보라고 할 수도 없다. 정말 난감하다. 그걸로 끝. 해결을 해야 하는데 마땅한 해결책은 없는 시시콜콜한 일들이 세상에는 참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