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

팬심으로 정치하는 시대

사회선생 2018. 1. 24. 17:01

요즈음 강남 번화가의 지하철 역을 보면 대형 인물 사진들이 꽤 많다. 처음엔 저게 뭔가 했다. 알고보니 아이돌 그룹 멤버 중 한 명인데, 그의 팬클럽에서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서 혹은 홍보를 해 주기 위해서 돈을 모아 광고를 해 주는 것이란다. 과거에는 사적인 차원에 머물렀던 팬들의 연예인 덕질(?)이 이제는 인터넷 덕분에 집단적 행동을 통해 사회적 차원으로 표현되나보다. 요즈음 세대의 새로운 팬덤 문화이다.   

기성 세대는 그런 문화에 눈쌀을 찌푸리지만, 우리 세대가 사춘기 시절, 좋아하는 연예인의 브로마이드를 모으고, 잡지를 구독하고, 기사를 스크랩하는 마음과 무엇이 다를까? 시대에 맞게 방법만 바뀌었다고 생각하면 뭐 이해 못할 일도 아니다. 정보화 시대이니 온라인을 통해 팬모임이 조직화되었고, 홍보가 중요한 시대이니 그들끼리 십시일반하여 돈을 모아 광고를 해 주며 팬심(?)을 표현하고 싶은게다.  

어차피 연예인에 대한 팬심은 이성적 사고에 기반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유없이 좋아졌다가 다시 이유없이 무관심해진다. 물론 팬들에게 왜 그 연예인이 좋은가 물어보면 이유를 대기는 한다. '잘 생겨서', '노래를 잘 해서', '착해서' 등등... 하지만 잘 생기고 노래 잘 하는 사람이 어디 한 둘인가? 정말 착한지 알 도리도 없다. 솔직히 말하면,'이유는 몰라요. 무조건 좋아요.'다. 그냥 우연히 그가 노래하는 모습을 보고, 그가 연기하는 모습을 보고 필이 꽂힌거다.   

그런데 이와 같은 감정으로 정치인을 대하는 사람들이 느는 것 같다. 특정 정치인에 필이 꽂혀 사춘기 시절의 팬심으로  돌아가서 '무조건 좋아요'를 남발하는거다. 이성적 판단을 해야 하는 공적 영역에서조차 감정적으로 몰입되어 애정 표현을 한다. 특정 정치가에 대한 애정은 상대 정치가에 대한 반감을 극대화하여 '무조건 싫어요'가 된다. 남녀 사이의 애정에는 '무조건'이 있을 수 있지만 정치가를 판단할 때에 '무조건'은 매우 위험하다.왜냐하면 이미지는 이미지일 뿐, 결코 실체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체를 찾기 위해서는 우리는 조금 더 머리를 쓰고 집요해질 필요가 있건만... 사실 이건 매우 피곤한 일이다.   

대중들에게 이러한 행태가 나타나다보니 정치가들도 그런 대중을 이용하려고 한다. 정치는 쇼가 되어서는 안 되건만 쇼 정치가들이 많아지고 있다. 이미지 정치를 하며 인기를 얻는 데에만 급급하다. 연기자도 아닌데 인기에 영합하는 말과 행동을 하며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데에 몰두하고, 더 나아가 그게 힘들 것 같으면 아예 노이즈 마케팅이라도 해서 존재감을 부각시키려고 혈안이 된다. 이슈화되어서 유명세라도 얻는 것이 존재감 없이 묻히는 것보다는 낫기 때문이다. '열성적인' 팬 집단이 일단 형성되면 그 다음엔 정치하기 쉬워진다. 무조건 좋아요하면서 홍위병 역할을 해 주니까... 

아, 이것도 정보화시대에 변화될 수밖에 없는 정치 문화인가? 정치가도 연예인이 되어야 하는? 이러다가 대통령 후보들이 개콘에 나와 웃기기 대회라도 해야 할 지 모르겠다. 아니 개콘에 나오는 개그맨 중 누군가 대통령 되는거 아냐? 난 아무리 봐도 이건 아닌거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