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날 바뀌는 가게들
이 작은 동네에서조차 가게들의 부침이 참 심하다. 아파트 단지 내부의 4차선 도로를 가운데 두고 있는, 거의 골목 수준의 동네인데도 출퇴근할 때마다 보면 가게들이 수없이 바뀐다. 미용실이었는데 치킨집이 됐다가, 분명히 치킨집이었는데 어느새 부동산 중개업소가 돼 있다. 1년 동안 도대체 가게 공사를 몇 번씩이나 하는지 모른다. 속사정은 모르지만 장사가 안 돼서, 수지 타산이 안 맞아서 결국 버티지 못하고 나간 것 같다. 가까운 곳에서 학원을 하는 지인의 말을 들어보니 임대료가 올라 웬만큼 수익을 올리지 않고는 버티기 힘들거란다. 그는 이 동네가 번화가도 아닌데 임대료가 왜 이렇게 비싼지 모르겠다고 했다. 수요와 공급의 원리로 설명할 수 있을까? 계속 비어 있는 가게들도 눈에 종종 띄는데...
처음에는 간판이 자꾸 바뀌어서 나의 기억력을 의심했다. 그런데 방학 중이라 동네를 왔다 갔다 하며 봤더니 나의 왜곡된 기억이 아니라 실제로 가게들이 많이 바뀌었다는 걸 알았다. 그건 가게들은 대부분 오너가 일인 삼역하며 운영하는 영세한 가게들이었다. 간판 이름조차 기억나지 않는.... (CF에서 한 번이라도 봤으면 기억이 더 오래 갔을텐데 작은 영세한 가게들 이름은 기억 속에 저장되기 쉽지 않다. 정말 그 가게를 자주 이용한 사람이 아니고서는.) 조금 과장해서 프랜차이즈 기업이 아닌 치킨집, 빵집, 카페, 미용실 등은 거의 망해 나가는 것 같고, 프랜차이즈조차도 주인이 바뀌는지 리모델링을 다시 하는 집들이 많다. 프랜차이즈 기업도 거의 비슷해 보인다.
역사와 전통을 만들어가는 작은 동네 가게들이 없다는 것은 참 재미없는 일이다. 하긴 삼십년밖에 안 된 아파트 단지들을 재건축이라는 이름 아래 통째로 부수고 다시 짓는 사회에서 역사와 전통을 생각할까 싶지만, 이제는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들어야 하지 않겠는가. 지속은 이전과 현재가 단절되지 않고 연결되는 것이리라. 주인이 자주 바뀌고, 간판이 자주 바뀌는 것보다는 늘 그 자리에서 그 가게를 유지하며 좋은 상품으로 지역 주민들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을 때에 그 지역 사회가 '지속 가능한 발전'을 하고 있는게 아닐까.
왜 우리나라의 동네 상권들은 이렇게 먹고 살기 힘들어진걸까? 경쟁력이 없어서? 정말 경쟁력이 없어서일까? 그렇기 때문에 그들이 망하는 것은 거시적인 차원에서 봤을 때에 국가의 경쟁력을 강화해 주는 기제가 되는걸까?
가만히 관찰해 보니 절대로 망하지 않고 꿋꿋하게 버티는 곳들은 주로 부동산 중개업이다. 그리고 폐업한 자리에 새로 자리 잡는 가게는 대부분 휴대폰 가게이다. 이것은 뭘 의미할까? 시장 경제의 원리로 설명할 수 있는 걸까? 자원의 최적 배분 기능을 시장이 제대로 하고 있는걸까? 난 그렇게 안 보인다. 이 작은 아파트 단지 내에 왜 이렇게 부동산 중개업소들이 많은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이게 자원의 최적 배분이라고? 그들의 중개 수수료가 독과점 형태로 정해져서 과잉 공급이 되어도 건재하는것 아닌가?
스웨덴에는 스타벅스가 거의 없다고 한다. 국가에서 규제하는 것도 아니건만, 스타벅스가 들어와도 동네 작은 펍이나 카페들에 밀려 결국 자리 잡지 못하고 손 들고 나간단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인구 대비 스타벅스가 세계에서 손 꼽힐 정도로 많은 나라란다. 상대적으로 동네 카페들은 설 곳이 없다는 이야기일게다. 우리네 소비 행태의 문제인지, 경쟁 구조의 문제인지 모르겠다. 어쨌든 나는 이게 문제로 보인다. 하지만 누군가는 그러겠지. "그게 왜 문제에요? 시장은 적자생존의 원리가 통해야 발전하는거에요. 그걸 문제로 보는 사람이 문제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