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

임금, 그 적정성에 대하여

사회선생 2017. 10. 25. 20:43

집에 작은 창고를 하나 만들었다. 여기 저기 업체에 문의해 견적을 내 보았는데 적게는 120, 많게는 200을 불렀다. 너무 비싸다고 생각돼서 포기할까 하다가 예전에 싱크대 공사를 꼼꼼히 잘 해 주었던 업체가 생각나서 혹시 창고 시공은 안 하냐고 물어보니 사장님이 아는 사람을 소개해 주었다. 50대 중반 쯤 되어 보이는 아저씨가 와서 견적을 내 보더니 50만원만 달라고 한다. 알겠다며 냉큼 계약하고 다다음날 바로 공사를 했다.

그 아저씨와 또 다른 젊은 청년이 무거운 샌드위치 판넬을 가지고 와서 자르고 다듬고 꼬박 3시간 반을 거의 쉬지도 않고 일을 했는데, 막상 50만원을 건네려니 너무 적은거 아닌가 했다. 기술자 두 명이 가져가는 임금이 판넬값 제하면 각각 20만원도 안 될 게 뻔했기 때문이다. 5만원을 더 얹어드리며 고맙다고 했지만, 이 분들이 적어도 20만원은 받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가 적정선인지 나는 시장을 모르므로 알 수 없지만, 55만원을 드리면서도 많이 드린단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토리가 큰 개에게 물려 봉합하는 수술비와 약값, 처치비 등등 총40만원 정도가 들었다. 내역서를 보니 나의 상식선으로는 이해할 수가 없는 비용이 너무 많다. 몸통 x-ray 사진 한 장에 6만6천원. 세 군데 꿰매는 비용이야 온전한 서비스 비용이니 그렇다 쳐도. 의사의 손을 한 번 거치는 것때문에 알코올이나 항생제, 소염제의 가격은 원가의 수 십 배가 넘었고, 수술 부위에 감아주는 붕대값조차 - 처치비는 따로 책정된다. - 만원이 넘는 가격이었기 때문이다. 안약도 5m 덜어주고 8천원. 전문가의 손길이 닿았으니 그에 따른 서비스 요금이 붙는 건 당연하다. 이를 문제 삼을 생각은 추호도 없다. 그런데 너무 과하다. 물론 이 역시 나는 적정 수준이 얼마인지 알지 못한다. 단지 나의 상식과 촉으로 볼 때, 너무 고액이라는 사실이다. 나는 창고 만드는 아저씨들에게 55만원 준 건 하나도 안 아까운데, 토리 수의사에게 준 40만원은 많이 아까웠다.  

과거에 많이, 오래 배웠고, 힘든 공부를 했기 때문에, 소위 전문직을 가진 사람들은 그에 상응하는 비용을 받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한다. 그런데 그 당연의 정도가 어느 수준이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시장 경제의 원리를 들먹이지만 어차피 자유 경쟁도 아니다. 소비자는 완전한 정보를 갖고 있지 못할 뿐더러 - 전문적인 분야일수록 더 그렇다 - 실질적으로 치료비는 실질적으로는 담합이 아닐까 의심되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현재 더 힘든 일을 많이 하는 사람, 더 위험한 일을 하는 사람이 받는 임금이 너무 적다고 여겨진다. 누군가 말할지도 모르겠다. 육체 노동 하는 사람들이 고임금을 받으면 누가 공부하겠냐고. 어떻게 발전이 있겠냐고. 다 공부 안 하면 어떤가? 그래도 육체노동에 적합하지 않은 체력과 적성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공부한다. 돈 덜 벌어도 명예와 권력을 갖고자 하는 사람들은 존재한다. 나 역시 이삿짐 나르면 20만원 주고, 학생들 가르치면 10만원 준다고 해도 전자는 못한다. 내 능력에 부치니까...      

공부만 잘 하면 모든 것을 가질 수 있는 사회는 공평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매우 불공평하다. 적정한 임금 수준이 무엇일까 논해야 하지 않을까? 이병헌이 아무리 영화 흥행의 주역이라고 해도 영화 스텝은 일당 10만원 받는데, 러닝 개런티까지 합해서 거의 10억을 받아간다는데... 그건 좀 아닌거 같다. 시장경제질서에 대해 무지하기 때문에 이런 생각을 한다고 욕 먹을지 모르겠지만 나의 상식 촉으로는 아무리 봐도 그건 아닌거 같다. 그렇다면 적정선은? 나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