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무수첩

죽도 밥도 아닌 수능개편안

사회선생 2017. 8. 21. 21:25

수능의 원래 취지가 자격고사 아니었던가? 이 시험을 처음 만든 사람조차 과목별 출제가 아닌 기본적인 대학 수학 능력을 묻는 언어와 수리 능력에 초점을 맞췄다고 했는데, 과목별 밥그릇 싸움이 시작되는 바람에 모든 과목이 들어오면서 수능이 원래 취지에서 벗어났다고 하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수능은 원래의 취지대로 가는게 맞다.  대학 수업을 들을만한 기본적인 능력이 있는가를 테스트하는데 왜 상대 평가를 해야 하는가?  상대 평가가 입시에서 학생을 변별하는 데에는 적절하지 않아도 교육적으로 옳다. 수능을 절대 평가로 하고,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을 보게 하는 것은 수능의 취지에 부합한다. 

그럼 변별을 어떻게 하는가의 문제인데, 그건 대학에서 알아서 하도록 풀어주면 된다. 정부에서 본고사와 학교등급제와 기여입학제라는 3불 정책을 고수하는데, 본고사는 이제 버릴 때가 됐다. 학종보다 본고사가 낫다. 사교육때문에 본고사가 폐지됐지만, 그렇다고 사교육 시장이 축소되었는가? 방향만 바뀌어 그대로, 아니 더 과열되지 않았는가? 국영수에 논술에 학종 학원까지 운영되고 있다. 차라리 국영수만 배우는 게 학생들이나 학부모로서는 더 나았을지도 모른다.  

본고사를 보되, 국가에서 본고사의 방법과 과목은 학교 교육 과정에서 벗어나지 않도록만 감독하면 된다. 본고사를 구두로 보든, 포트폴리오로 보든, 객관식으로 보든, 주관식으로 보든, 논술로 보든 알아서 하라고 해라. 단, 학교 공부를 충실히 하면 풀 수 있는 수준에서.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게 제일 낫다.

그런데 수능 네 과목 절대평가에, 심화선택 과목만 상대평가라니. 다들 죽어라고 문제 풀이 연습 해야 하고, 심지어 선택 과목 하나는 변별을 해야 하니 또 교육 과정 이탈하는 이상하고 요상한 문제들 만들어 변별하게 생겼다. 학생들은 수능 점수 따기 쉬운 과목만 편식을 할 게 뻔하고... 또 학교 수업은 어떻게 진행되겠는가? 과정 중심? 학생 중심? 자기 주도적 학습? 꿈도 야무지다. 죽도 밥도 안 되는 수능 개편안이다.     

정말 공교육 중심, 학교 수업 중심, 학생 중심, 과정 중심의 수업으로 학교 현장을 만들고 싶다면 수능은 자격고사화하고 본고사를 학종과 결합하여 학교 수업 내용을 다채로운 평가 방식으로 선발하도록 하라. 정치학과에 가는 학생은 정치 수업 시간에 배운 내용을 심도있게 평가하고, 생물학과에 가는 학생은 생물 수업을 제대로 이수했는지 평가하면 되지 않는가? 심화 선택 한 과목 남긴 것은 정말 코메디다. 심화선택 과목이 학교에서 제대로 운영되게 하려면 수능에서 완전 배제해야 한다. 정 아쉽다면 차라리 본고사용으로 활용하면 된다. 나는 여전히 본고사가 생기부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는 학종보다는 낫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