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에도 적극적 국민 참여를
자신의 동거녀를 때려 죽인 후 시신을 암매장한 - 그것도 시멘트를 이용하여 아주 공들여 매장했단다. 완전 범죄를 꿈꾸며... - 30대의 남성에게 징역 3년이 확정되었단다. 1심에서 5년이었는데, 범죄자가 항소하여 2심에서 3년으로 감형되었단다. 감형의 원인 중 하나는 동거녀의 아버지가 탄원서를 보내 용서해 달라고 했기 때문이란다. 폭행치사에 사체은닉죄를 범했는데 3년이라니. 사람 죽이고 신세 고칠 수 있으면 이제 사람도 죽이겠다고 나설 판이다.
국민의 법의식으로는 도저히 납득하기 힘든 형량이다. 폭행치사가 형법상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할 수 있다고 규정되어 있다. 그런데 법이 문제가 아니라 아무리 봐도 법적용이 문제이다. 죽이려고 때린게 아니고 때리다 보니 죽었다고 할 경우 최소 3년이라는건데 어차피 살인을 작정했으면, 흉기를 이용해 한 방에 가게 하는 것보다 마구 때려서 죽이는 게 더 죄가 가벼워지는 셈이다. 비단 이 사건 뿐만이 아니다. 아무리 법과 상식은 다르다지만 상식적인 국민들이 납득하기 너무 어려운 판결들이 종종 아연실색하게 만들 때가 있다. 여중생을 감금 임신시키고 낙태까지 강요한 40대에게 서로 사랑했으므로 무죄라는 판결을 내리질 않나, 아내 앞으로 보험을 70개 쯤 들어 놓은 후 수령자를 자신으로 해 놓은 남편이 아내와 아이를 교통사고로 위장해 죽이고 보험금 100억을 받게 되었는데도 무죄라고 하지를 않나... 그냥 함량 미달 판사가 대충 판결한거다. 문제될 건 없다.
곰곰히 생각해본다. 입법부와 행정부와 사법부. 학생들에게 삼권 분립의 원리를 가르친다. 권력이 독점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가르친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국민이 사법부를 견제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 입법부는 다음 번 선거에서 낙마시키면 된다. 그러면 4년만 참으면 된다. 대통령은 촛불이라도 들고 압박할 수 있다. 결국 물러나게까지 하지 않았는가? 그런데 이런 황당한 재판을 하는 판사에게 우리가 가할 수 있는 압력은 아무 것도 없다. 정치적 책임같은 것을 지지 않기 때문이다. 함량 미달의 판사들이 개판 치고 있어도 국민은 그냥 당하고 살 수밖에 없다.
국민참여재판을 시행하고 있지만 그저 권고 수준에 그친다. 국민참여재판에서 배심원에게 결정권을 일정 수준 부여하고, 의무화하고, 일정 수준 이상의 결정권을 주고, 판사도 국민에 의해 견제받을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 아무리 소크라테스가 여론 재판에 의해 죽었다고 해도, 민주주의는 굴러간다. 최선은 아니어도 최악은 막을 수 있다. 다수의 합리성을 전제로 하지 않는 한 민주주의는 존재할 수 없다. 사법부라고 예외가 될 수 없다. 어떤 제도가 될 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무소불위의 권력을 재판으로 행사하는 것을 막는 방법이 필요하다. 법해석은 그 자체로서 정치적이며, 전문적 능력이다. 능력없는 사람에게 법적용을 맡길 수는 없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