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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실험 동물의 날

사회선생 2017. 4. 24. 09:27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매우 흥미롭게 보았던 영화이다. 그 기발한 발상이 영화의 낮은 완성도와 산만함을 상쇄하고도 남았다. 원작은 너무 방대하여 읽어볼 엄두조차 나지 않았지만 영화가 주었던 그 참신한 상상력과 철학적 울림이 아직도 뇌리에 남아있다.  세계 실험 동물의 날에 나는 그 영화가 생각났다. 그 영화 속에 실험 쥐들과 돌고래들이 등장하는데, 지구가 은하수 고속도로 건설 계획으로 철거되는 날, 드디어 그들이 자유를 얻어 자신들의 별로 돌아가든가 암튼 역전의 상황이 나오기 때문이다. 

4월 24일이 세계 실험 동물의 날이라고 한다. 동물권에 관심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그널 날이 있는지 몰랐다. 동물권에 관한 많은 책들은 실험 동물에 대해 다루고 있고, 나 역시 '적극적으로' 책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그런 책을 읽게 된 건 순전히 우리 미미와 함께 살게 되면서부터였고...  이렇게 감수성 풍부하고, 이성적이며, 심지어 도덕적이기까지 한 생명을 인간의 편의를 위해 고통을 주고 죽이기까지 한다는 사실을 그냥 머리로 알 때와 참상을 눈으로 보고 귀로 들은 다음에는 달라지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아니라 어느 누구라도 그러하리라.

아이러니하게 대부분의 사회 문제는 대부분 트러블 메이커들때문에 알게 되고, 그들은 사회에서 일탈자로 규정되어 제재를 받지만, 우리는 그들에게 일정 부분 빚을 지고 산다는 것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동물 실험은 공공연한 비밀. 불편한 진실이었다. 하지만 영국의 동물 해방 전선이 실험실을 급습하여 온갖 실험 도구들을 파괴하고 동물들을 구출하고 끔찍한 동물 실험 동영상을 공개하면서 실험 동물에 대한 관심이 촉발되었다.  동물해방전선은 과격한 운동 방식으로 처벌받고, 국제적인 테러 단체로 규정돼 그 행동 반경이 크게 위축되었지만 그들의 노력으로 실험 동물 문제는 수면 위로 떠올랐다. 그리고 선진국을 중심으로 동물 실험은 논쟁꺼리가 되면서 실험의 원칙이 설립됐고, 실험의 최소화 등일정 부문에서 성과를 올렸다.  

여전히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원칙들에 대해 논하기를 꺼리는 곳이 많다. 제약회사, 화장품 회사는 최소 비용으로 최대 안전을 추구해야 하니 더욱 그렇고, 소비자들은 굳이 애써 그들이 어떻게 제품을 만드는 데에까지는 관심 밖이다. 최소 비용과 최대 편익만 있으면 될 뿐. 바라건대 편익에 '동물 살인'이라는 불편함이 비용으로 들어가서 소비하고, 법적으로 기업은 동물 실험을 함부로 할 수 없는 날이 오기를! 실험 동물의 날에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