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PD의 자살
생활고나 열악한 근로 환경에 시달리다가 자살을 선택하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건 사회 구조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신호이다. 그런데 대부분 그걸 문제로 인식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정치를 하고, 그걸 문제로 인식하지 못하도록 우리는 사회화된다.
어느 방송국 PO의 자살이 이슈가 되고 있다. 무학의 일용직 근로자가 장애로 고통받다가 자살했다고 해서 이슈가 되지는 않으리라... 방송국 PD라면 선망의 직업이고, 학력 수준도 높을 거고, 먹고 살만큼 월급도 받을텐데 왜 죽지? 호기심이 더 큰 관심을 낳았으리라. 한편으로는 그런 사람조차 자살을 선택했다면 무엇인가 위기 상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가졌나?
드라마 제작 환경에 대해 아는 바 없지만,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드라마 제작비의 60%가 출연료로 지급된다고 한다. 그리고 출연료의 대부분은 주연급 스타 연예인과 작가에게 돌아간다. 스타가 되면 독식하는 구조이다. 조연이나 단역은 혜택을 누리지 못할 뿐더러 기획사의 끼워 팔기 상품의 혜택으로 출연하는 것만 해도 감지덕지한단다. 분명히 분배 구조가 문제이다.
제작비가 그렇게 몰빵이 되니 제작 환경이 좋을 리 없다. 시간 비용을 다른 곳에서 아껴야 하니까... 열악한 드라마 제작 환경은 제작비의 분배 방식에 기인한다고 생각된다. 군대식 제작 문화와 폭언, 괴롭힘, 열악한 근로 환경이 자살 원인이라고 한다. 그림이 잡힌다. 제작비는 아껴야 되고, 빨리 만들어서 제 시간에 방송 내보내야 하니 신참 PD는 온갖 잡심부름에 위 아래로 다 치이고, 선배들의 육두문자가 난무하고... 그 신참 PD도 일하면서 자괴감이 많이 들었을게다. 내가 이러려고 PD했나... 나름대로 좋은 대학 나와 공부 열심히 해서 청운의 꿈을 안고 PD가 되었는데, 이거 원 따까리도 이런 따가리가 없으니... 그런데 드라마 제작 현장이 열악하다보니 따까리 하기도 더 힘들었던거 같다. 비인간적인 노동과 모멸감... 그런데 이런 문제가 해결될까? 그냥 PD 개인의 심리적 문제로 귀결되고 끝날 가능성이 많다. 그리고 다시 많은 사람들은 그런 현장에서 먹고 살기 위해 살아남아야 한다. 삶이 전투이다. 삶이 그냥 인간답게, 품위 유지하며 살 수 없는 것도 아닌데...
스타 연예인, 스타 PD쯤 되어야 독식한다. 어제 뉴스를 보니, 전지현은 긴 생머리 휘날리며 번 돈으로 - 그녀가 영화배우가 된 건 최근의 일이다. 그녀는 그냥 CF 스타였다. 연기? 배우라고 할 만하지 않았다. - 40도 안 된 나이에 월세 9천만원짜리 건물을 사 들였다는데, 그 영화 제작 현장에서 그녀를 빛내 주었던 스탭들은 상당수가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이건 문제가 아닌가?
이미 프랑스 같은 나라에서는 영화 제작비의 5% 이상을 출연료로 가져가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같이 먹고 샆아야 하지 않겠는가? 가끔 그렇게 많은 비중으로 출연료를 가져가면서도 헐리우드 수준이 어쩌고 하는 한국 연예인들이 있다. 그럼 말하고 싶다. 헐리우드로 진출해서 국위선양하시고, 한국과 비교할 수 없는 시장 규모이니 거기에서 큰 돈 버시라고...
아, 대통령을 심상정을 뽑아야 할까보다. 최저 임금과 최고 임금의 폭을 정해서 그 안에서 임금 조정과 협상이 이루어지도록 하겠다는 공약. 공기업은 20배 사기업은 30배가 넘지 않도록 하는 법을 만들겠다니 정말 마음에 딱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