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상수와 김민희
아주 오래 전 김민희가 나왔던 CF의 한 장면. 그녀가 외쳤다. "사랑은 움직이는거야."
남녀 간의 사랑은 - 정말 사랑이라는 감정만 놓고 보자면 - 본능에 기반한, 불안하고, 모호하며, 혼란스럽고, 변덕스러우며, 유치하고, 순수한 감정이다. 이 원시적인(?) 감정인 사랑이 현대 사회에서는 사회적 지위, 도덕, 제도 등과 결합되어 적절히 통제되고 있다. '나는 30살쯤 결혼을 할거야'는 가능해도, '나는 30살쯤 사랑을 할거야'는 불가능한 일인데도, 우리는 이 어려운 걸 참 잘도 해 내면서 결혼하고, 유지하며 산다.
사랑은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시작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자, 난 저 사람이랑 사랑해야지. 지금부터 사랑 시작. 오늘부터 1일!" 이렇게 사랑이 시작되는 경우는 없다. 대부분은 자신도 모르게 빠지는, 혹은 교통사고와 같이 갑자기 들이닥치는 것이다.
그런 사랑이 왔을 때에 사람들은 이성적인 판단을 하기 시작한다. 도덕적으로 괜찮은가? 결혼 상대자로서 괜찮은가? 등등. 대부분의 사람들은 도덕과 제도 등을 통해 점검하고 사회적 적합성을 따져 선택한다. 가정이 있다면 돌아서고, 집안의 반대가 심할 것 같으면 돌아서고, 사랑만 갖고 먹고 살 수 없다고 돌아서고... 뭐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게 산다.
그런데 간혹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 사회적 규범 따위 던져버리고 그냥 원시적인 감정대로, 필 꽂힌대로 살아보겠다고 작정한 사람들이다. 홍상수와 김민희가 그런 것 같다.
홍상수의 아내는 인터뷰를 통해 사춘기 소녀같이 - 소년도 아니고 소녀라고 표현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 남편이 들떠 있다고, 절대로 이혼해 줄 수 없다고 밝혔다. 홍상수는 김민희와 카메라 앞에서, 영화 '밤의 해변에서 혼자'로, 그리고 기자회견에서 공식적으로 사랑하는 사이라고 밝혔다. 대중들도 욕하는데 당사자인 부인 심정은 오죽할까 싶다. 그런데 이혼 소송에서 홍상수가 치사하게 나오지 않는다면 그냥 잘 먹고 잘 살아봐라 보내주고 재산이나 챙기는 편이 낫다. 어차피 깨진 가정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위로가 되는 말을 하나만 더 하자면 홍상수 김민희 절대 깨진다에 한 표! 별로 오래 갈 것 같지 않다.
앞서 말했던 것처럼... 사랑이라는게 참으로 모호하고 불안한 것이라 도덕과 제도의 굴레에서 벗어나면 유지되기 어렵다. 사랑이 도덕과 제도같은 어울리지 않는 것들과의 결합인건 분명한데, 아이러니하게도 그렇게라도 묶어두지 않으면 이리저리 흔들리며 움직이는거라....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 같다. 김민희가 오래 전 어느 CF에서처럼 홍상수 감독에게 외칠 날이 올지도 모른다. "사랑은 움직이는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