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목적
통합 사회에 행복이란 단원이 있다. 철학 전공자가 아니어서 그런지 행복을 교과서에서 다룬다는 것이 낯설고 어렵게 느껴졌다. 행복에 대해 학문적으로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에 대해 무지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삶의 목적을 행복으로 설정해 놓는 것에 대한 불편함 때문이기도 하다.
나도 물론 행복하게 살길 바라고, 나의 학생들이 행복한 삶을 영위하길 바란다. 하지만 삶의 목적을 행복이라고 설정하는 순간 삶의 의미와 가치가 행복에 있는 것 같은 착각을 갖게 하는 것 같다. 인간의 삶은 존재 자체가 목적이다. 행복하든 행복하지 않든 인간은 열심히 살아야 한다. 적어도 나는 우리의 학생들이 자신의 가치를 행복에서 찾는 것이 아니라 존재에서 먼저 찾기를 바란다. 그런데 삶의 목적이 행복이라고 딱 제목으로 명시를 해 놓으니... 나는 미래의 모호하고 불분명하여 진정한 행복인지 조차도 의심스러운 것들에 담보 잡혀 현재를 불행하게 사는게 옳은 삶의 방식인지도 잘 모르겠다.
행복론에 대한 철학적 접근이 아니라면, 그저 내가 학생들에게 행복에 대해서 할 수 있는 말들은 '행복은 거대하고 위대한 업적이 아니라 일상에서 느끼는 소소한 즐거움일 수 있으니 그것을 볼 수 있는 눈을 가졌으면 좋겠다,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라 건강한 공동체를 배제하고 행복을 누리는 것은 힘드니 공동체의 선이 무엇인지 찾아가는 것도 행복을 위한 길이다, 물질적 행복에 치중하는 삶은 목 마를 때에 바닷물을 마시는 것과 흡사해서 잠깐 동안의 행복에 그치는 경우가 많으니 그 보다는 정신적인 면이나 관계적인 면에서의 행복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삶이 더 나을 것 같다, 타인과 비교할 수 없는 자신만의 행복을 찾기 위해 노력해 봐라.' 정도이다.
아, 진짜 규범적이긴 하네. 학생들이 내게 "선생님은 그렇게 사세요?"라고 공격적인 질문을 하면 뭐라고 대답하지 생각해 본다. "꼭 축구를 잘 해야 축구 감독이 되니? 나에게 너무 많은걸 요구하지 마라. 삶의 무게나 존재감에 있어서는 나도 너희와 똑같다." 모호한 동문서답이지만 준비해 두었다. 나는 어떨까 잠깐 생각해본다. 파랑새 증후군에 걸릴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그렇다고 내 옆의 파랑새를 보면서 지속적 행복을 느낄 가능성도 매우 낮은 평범한 인간이다. 행복을 찾으려면 정신 수양을 필요로 하는.... 근데 꼭 노력해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