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과 생명
따뜻한 나라에서 살고 싶은 이유
사회선생
2017. 2. 1. 22:42
아무래도 은퇴하면 따뜻한 나라에서 살다가 죽어야 할까보다. 추위를 많이 탄다. 상대적으로 더위는 덜 탄다. 에어컨 없이는 살아도 난방 없이는 살기 힘든 체질이다. 그런데 그것만 이유는 아니다. 한겨울의 홈쇼핑을 보고 있자면 더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겨울만 되면 홈쇼핑에서 천연 라쿤, 풀 스킨 밍크, 오리 솜털, 거위 솜털, 여우, 토끼로 만든 것이라며 외투와 머플러 등을 선전하는데 참 불편하고 듣기가 싫다.
라쿤과 밍크가 얼마나 귀엽게 생긴 동물인지 보기 전에는 몰랐다. 오리나 거위가 살아있는 채 솜털이 뽑히는 줄도 몰랐다. 평생 소리내지 않는 토끼가 가죽이 벗겨질 때 유일하게 괴성을 지르는 것을 알았다. 멸종 여우들이 여전히 국경을 넘어 온다. 가죽이 되어서...가죽을 벗길 때, 털을 뽑을 때 인간은 예의를 지키지 않는다. 적어도 안락사 - 살처분이 아닌 - 를 시킨 후에 가죽을 벗겨 사용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그렇지 않다는 불편한 진실을 알게 된 이후에는 겨울 외투들을 입을 때마다 죄의식이 느껴진다. 그런데 버리지도 못한다. 버리고 겨울을 날 자신이 없다. 고기 덜 먹는 것보다 털없이 겨울을 나는 것이 내게는 더 힘들다.
"나는 누군가의 등에 업혀가면서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어떤 식으로는 그의 짐을 덜어주고 싶었지... 단, 그의 등에서 내려오는 것은 예외로 하고." 톨스토이의 말이다. 그렇게 살지 않으려면 따뜻한 나라로 가야 할까보다. 그건 더 비겁한 삶인가, 덜 비겁한 삶일까? 여전히 비겁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