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무수첩

재밌어야 듣죠

사회선생 2016. 11. 28. 14:00

강당에서 행사를 하는데 아무도 듣지 않는다. 모두 손에는 핸드폰을 들고 게임을 하거나 웹서핑을 하거나 그도 아니면 그냥 편히(?) 잔다. (자는 것과 조는 것은 한 끝 차이지만 매우 다르다. 아이들에게는 윤리 이론을 설명할 때에 드는 사례이다. 아무튼!) 옆에서 보기에 민망할 지경이다. 많은 학교들이 비슷하다고 한다. 아이돌 가수들이 와서 춤이라도 춰야 반응을 할까. 어떤 말에도 반응이 없다. 귀를 닫는 희안한 재주들이 생겼기 때문이다.   

물론 원인을 분석하면 여러가지가 있을 것 같다. 고3의 경우에는 완전히 자신들은 열외라는 생각에 더 이상 학교의 규범에 따르지 않겠다는 반항의 액션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일단 요즘 아이들은 소통하는 방식이 다르다. 강당처럼 큰 장소에서 일방적으로 누군가의 훈계나 강연을 들어야 하는 자리가 이제 먹히지 않는다. 상호 간의 소통이 없으면 일단 그냥 귀를 닫아버린다. 그리고 그렇게 변한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추지 못한 강연 방식도 문제가 있다. 감각적이고 재미없으면 어떤 의미있는 전달도 허공에서 흩어진다. 적절한 자극과 액션이 따라줘야 먹힌다.

그런데 아무리 그런 원인이 있다손 쳐도 나는 학생들이 강당에서 누군가 강연을 할 때에는 경청하도록 지도하는 것이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시민이 갖추어야 할 자질 중 하나이다. 굳이 칸트를 들먹거리지 않아도 당신이 이야기하고 있는데, 다른 사람들이 모두 외면하고 다른 짓만 하고 있다면 당신은 어떤 기분이 들겠는가?  

하긴 요즘은 학년 회의를 하면서 교장이 이야기를 할 때에도 계속 카톡하는 교사들이 있다.  누군가 말을 할 때에는 적어도 그 자리에 있다면, 경청해 주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니까 나와 생각이 다른 교사가 말한다. "재미없는데 왜 들어야 돼요? 그걸 강요하는 것도 인권 침해에요."

나의 생각으로는 그런 자세로 한 시간 내내 앉아있다 나오게 한다면, 차라리 그런 행사를 하지 않는 것이 맞다. 강당에 들어가서 누군가 앞에서 진지하게 이야기하는데 아무도 듣지 않는다면 이는 그 자체로서 잘못된 행사이다. 강당에 앉아있는 학생들의 모습을 볼 때마다 나는 우리가 학생들을 제대로 가르치고 있는지 정말 많은 회의가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