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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라와 학생부종합전형

사회선생 2016. 11. 4. 08:33

이참에 학생부 종합 전형 제도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아야 한다. 정유라의 경우만 보더라도 학생부 종합전형은 악용(?)될 소지가 너무 많다. 정유라야 국가를 들썩이는 인물이니 서류 점수가 최하였는데도 면접에서 최고점을 받아 합격했다는 고급 정보가 흘러 나왔지만, 가정 배경의 급이 최순실 정도는 안 되어도 교수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정도는 되는 유사 정유라가 얼마나 많을까? 학생부 종합전형의 허점을 이용하여 입학한 학생이 이화여대 정유라에게만 국한될 것 같지 않다. 

교사의 경험으로 추측컨대 - 가정 배경은 빼고 - 정유라가 면접에서 최고점을 받을 만큼의 역량을 갖고 있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 정규 학교 교육을 제대로 이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초중고등학교에 제대로 출석도, 학습도 하지 않았는데 과연 그 학력 수준에 맞는 적절한 어휘와 문장을 구사하면서 답을 했을까? 질문에 대해 명료하고 논리적인 답을 했을까? 정말 교수들이 감탄할 만큼의 고차적 사고력과 창의적인 표현력을 보여주었을까? 단언컨대 그냥 교수들이 최고의 점수를 헌사하며 알아서 긴거다.   

정말 백번 양보해서 학생부 종합 전형의 취지를 살리고 싶다면 학교의 평가 방식이 달라지고, 그 학교의 평가 방식에 따라 기술된 학생의 기록을 보고 선발하면 된다. 지금까지의 성적이 정량 평가에 그쳤다면 앞으로는 정성평가로 바뀌고, 그 정성평가 기록을 보고 학생을 선발하면 된다. 왜 학교의 수업 시간 외의 활동들을 자꾸 평가하려 하는가? 가장 중요한 건 수업이다. 수업 시간에 표현력도, 창의력도, 논리력도, 리더십도 다 보여줄 수 있다. 그리고 그런 수업을 하면 된다.

물론 학교에서도 그런 정성평가를 하게 될 경우 알아서 긴 교수들 같은 교사들이 나타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학교에서는 늘 평가 결과가 공개되고, 학생들이 알아서 비교하고, 더 나아가 정정할 수 있는 기회도 있다. 점수를 공개하지 않는 대학 입시와는 다르다. 게다가 김영란법 덕분에 학교에서 교사들이 자기 밥줄 끊길 지도 모르는 일에 동참할 가능성은 더욱 낮다.

학생부 종합전형의 취지를 살리고 싶다면 학교 교육 내에서, 아니 수업 시간 내에서 활동 중심으로 수업이 이루어지고, 이것만을 가지고 평가가 이루어져, 이를 가지고 대학에 갈 수 있게 해야 한다. 학교 수업 작파하고 말만 타도 대학 갈 수 있는 사회가 정상인가? (체욱 특기생 제도에 대해서도 점검해 보아야 한다) 교실 수업보다 온갖 대회 수상과 동아리 활동이 더 중요하게 평가되는 것이 우리 교육이 가야 할 방향이 맞는가? 이런 입시 제도는 우리 사회의 최순실들에게 너무 많은 여지를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