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좀 먹고 삽시다
멧돼지가 도심으로 내려오고 있다고 한다. 우리 동네 뒷 산에서도 토리 해리 데리고 산책하다가 멧돼지를 만났단다. 사냥개 본능이 있는 해리는 도망가는 멧돼지를 따라 가려 해서 애 먹었나보다. 해리가 15kg쯤 되는데 해리만한 멧돼지 새끼들이 다니고 있더란다. 그 얘기를 들은 이후에는 나도 해리를 앞세워 - 보호해 줄거라 믿으며 - 산책을 나선다. 모르긴해도 내가 먼저 자극하지 않는 한 멧돼지가 나를 공격하지는 않을 거라고 믿고 싶다.
멧돼지인들 사람이 사는 곳까지 내려오고 싶겠는가? 모든 동물은 생존을 최우선하도록 두뇌가 프로그래밍화 되어 있다. 그들 역시 인간을 가까이 하지 않는 편이 사는데 더 좋다는 걸 모르지 않는다. 그런 그들이 오죽하면 사람들 냄새나는 곳까지 내려왔을까? 생명이니까... 먹고 살아야 하니까... 그런데 사람들은 그들의 영역을 야금야금 빼앗아 간 것도 모자라 산 속의 도토리며 밤을 싹쓸이 해서 온다. 멧돼지의 포식자인 맹수들은 멸종됐거나 멸종위기라 찾아보기 힘들다. 생태계의 질서가 깨진지 오래다. 최상위 포식자는 사람인데, 사람은 필요 이상으로 먹고, 필요 이상으로 개발하고, 필요 이상으로 소유하려 해서 그들의 영역을 너무 많이 침범해 버렸다. 그리고 살려고 내려오는 그들을 무자비하게 도살한다.
함께 살 수 있는, 그들은 그들의 영역에서 우리와 만날 일 없이 조용히 지내고, 우리는 우리의 영역에서 그들의 영역을 함부로 침범하지 않는 그런 삶의 방식을 찾아야 한다. 무조건 도살이 아니라, 그들이 내려오지 않도록 다시 생태계를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그리고 그들의 도살이 필요하다면 고통없이, 최소한의 생명에 대한 예의를 지켜주어야 한다. TV 뉴스에서 멧돼지가 도살되는 장면을 여과없이 보도하는 행태는 참으로 불편하다. 살려고 발버둥치는 그들의 모습을 아무 여과 장치도 없이 보도한다. 왜 항상 죄는 인간이 짓고, 벌은 동물들이 받아야 하는가? 이건 너무 부정의하지 않은가?
사람들의 도토리, 밤 채취때문에 사슴들도 죽어나고 있다는 기사가 씁슬하다.
http://media.daum.net/society/others/newsview?newsid=20161018053007835
모든 기사가 멧돼지 조심해라가 핵심인데, 그래도 이 기사는 건설적인 해결책의 방향을 제시한 듯하다.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6/10/10/0200000000AKR20161010121600060.HTML?input=1179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