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무수첩

국영수의 비애?

사회선생 2016. 10. 18. 08:41

학교에서 학생들의 9월 모의고사 분석 결과를 내 놓고 국영수 교사들에게 앞으로 남은 기간 동안 학생들 지도를 어떻게 할 예정인지 구체적인 계획서를 써서 제출하라고 했다. 수능을 한 달 남긴 이 시점에서 수업 계획서 혹은 수업 전략을  문서화해서 제출하라니... 사실 이 정도 남은 시점에서 교사가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다. 이미 기출 문제 풀이해 주면서 마무리해 주는데, 사실 그 마저도 듣는 학생들이 많지 않다. 더 이상 어떻게 무엇을 하라는 것인지 교사 입장에서는 황당하다.   

아무튼 안 해도 될 만한 형식적인 일을 시켜서 공연히 바쁜 교사들에게 불만만 만드는 일을 굳이 왜 할까 싶은데... 당연히 국영수 교사들이 투덜거리기 시작한다. 그런데 그 투덜거림의 대상이 이원화된다는 것이 참 흥미롭다. '아니 이런걸 왜 쓰라고 해?'라고 하면서 '왜 사탐은 안 써?' 이런 식이다. 논리적 모순이다. 써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끼지는 않으면서 그 필요없다는 것을 사탐 과탐 교사들도 함께 해야 한다는 주장을 한다. 논리적인 접근이라면 '이런 필요없는 것은 하지 말자'로 귀결되어야 하는데, '열 받어 그러니까 너희들도 해'로 귀결된다니...

그러면서 점점 배가 산으로 간다. 음미체 교사는 뭐하냐, 얼마나 편하냐, 공부 잘 해서 국영수 교사된 게 무슨 죄냐 등등 정말 듣기 민망한 이야기들이 오고간다. 그냥 어떤 사안이 발생하면 그 사안의 본질에 대해서 이야기하면 된다. 나만 죽기 싫으니 같이 망하자고 덤비면 안 된다. 가끔 학교에서 이렇게 비합리적인 태도로 목소리 높이는 사람들을 보면 우리 사회의 후진성을 보는 것 같아 안타깝다.

어떤 사안이 발생했을 때에 본질을 보지 않고, 일단 편가르기를 하려는 사람들이 있다. 간혹 위정자들은 그런 심리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기도 한다.  목소리 높여서 감정적으로 내 편 네 편 나누는 사람들의 특징은 항상 편가르기를 잘 하려 한다는 점이다. 교사들 안에서도 학벌을 나누고, 심지어 학벌에서도 편입생과 입학생을 나눠 반쪽짜리 졸업생 운운한다. 과목을 나누고, 전공자를 나누고... 모르긴해도 이런 사안이 아니라 다른 사안이 발생해도 비슷하게 또 편가르기를 할 것이다. 핀트가 좀 다르지만, 국영수가 우리나라에서는 지나치게 대접(?)받는 과목이라는 사실을 알기는 할까? 사람들은 받는 것은 당연하고 주는 것에는 인색하니 그 조차도 잘 인식하지 못할 것 같지만...

정말 인간은 이성보다 감정이 지배하는 동물이고, 이익을 위해서는 타인을 배려하지 못하는 존재인가?  배운다는 게 뭘까? 진보라는게 뭘까? 이 작은 학교 사회에서도 같이 죽자고 덤비는데 더 치열하고 이해 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되는 사회에서는 어떨까? 제발 좀 같이 살자는 방향으로 접근하자, 그리고 우리 학생들에게도 그렇게 가르치자. 여러가지 생각들이 오가는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