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무수첩

왜 해마다 같은 문제로 싸워야 하는지

사회선생 2016. 9. 8. 12:58

학부모가 씩씩거리며 교무실로 들어온다. 뭔가 대단히 불만족스러워 보인다. 이유인즉, 자신의 아이가 미대 진학 예정이라 실기 연습을 위해 학원을 가야 하는데, 학교에서 학교 끝나고 가라고 한 것에 대한 불만이었다. 학교 일과가 끝나기 전에 가면 이는 무단조퇴에 해당한다고 고지했고, 실제로 무단조퇴 처리를 하자 왜 아이의 인생에 오점을 남기냐면서 담임 교사에게 따지러 온거다. 1차는 전화로 항의했고, 그걸로도 해결이 안 되자 - 출석으로 처리해 달라고 했는지, 병결로 처리해 달라고 했는지는 모르겠다 - 부부가 함께 무슨 결의라도 한 것처럼 쿵쿵거리며 교무실에 들어왔다.

한 두 해 겪는 일도 아니고, 그 반만 겪는 일도 아니고 도대체 언제까지 이런 일로 학교에서 수모를 당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작년에 나도 비슷한 경험을 했고, 올 해에도 그런 아이가 하나 있어서 이 상황이 이해가 되고도 남는다. 

근본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미대 입시를 학교 미술 성적과 학교 미술 포트폴리오로 가는게 맞는다고 생각하는 나로서는 사교육에만 의존하며 미대에 가는 우리 나라의 입시 시스템이 근본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아무리 자본주의 시장 경제 질서가 지배하는 세상이라지만 학원이 학교 수업 시간 중에 학생들을 끌어모아 장사하는 것은 금지시켜야 한다. 한 철 장사해서 훅 벌고 싶은 학원의 심리를 모르는 바는 아니나 학생들의 불안감을 이용하여 학교까지 빠지게 하면서 학원 와서 실기 연습하면 마치 미대에 갈 수 있는 것처럼 호도하는 행위는 정말이지 아이들을 이용해 상업적 이익을 취하는 비교육적 행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왜 교육부에는 수수방관하는지.... 도대체 뒤죽박죽, 무조건 대학대학. 정말이지 이런 일로 학부모 학생과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야 하는 일을 언제까지 해야 하는지 원.

지금 그 학부모들은 교감 교장 만나겠다며 내려갔다. 학교에 없는 아이를 학교에 와 있는 걸로 해 달라니... 아픈게 아닌 줄 전교생이 모두 아는데, 아파서 빠진 걸로 해 달라니... 지금 학교는 학교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