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이 청소하러 학교 온 건 아니잖아요
방과 후 수업 기간이다. 담임 교사도 없고, 학생들도 자기 교실이 아닌 곳에서 수업을 받다 보니 교실 뒷정리가 엉망이 되기 일수이다. 그래서 학교에서는 해당 교실에서 수업을 하는 교사들이 학생들을 시켜 뒷정리까지 모두 깔끔하게 해 달라고 하며 확인표까지 교실 출입문에 붙여 놓았다.
나도 온갖 잡무로 학교 생활이 짜증날 때가 많지만 학생들에게 청소 지도하는 것에 근본적으로 희의를 품은 적은 없다. 그 이유는 함께 사용한 교실을 돌아가면서 청소하는 것도 학교 생활 속에서 학습해야 할 것 중 하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일부러 노작교육까지 하진 않더라도 자신이 사용한 교실을 자신들이 청소하는 것은 그 자체가 인성 교육이며, 배려이며, 교과 지식보다 더 중요한 생활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쓸고 닦고 분리수거하고... 이건 우리가 평생 살면서 해야 하는 일이 아닌가?
그런데 요즈음은 학생이나 학부모들이 학교에서 공부만 가르치면 됐지 왜 청소까지 해야 되냐고, 심지어 어느 부자 동네의 학부모는 내가 청소부 사서 보낼테니 내 아이 청소에서 빼 달라고 했다던데, 세상 돌아가는 걸 보면 그 이야기도 거짓은 아닌 것 같다. 그럴 때면 나도 말하고 싶다. 교사가 수업 시간에 수업만 하면 됐지 왜 시간 내서 상담도 해 줘야 하고, 학생이 다치면 병원에 데려가야 하고, 장학금 신청도 해 줘야 하고, 입시 지도까지 해 줘야 하고, 심신을 다 살펴줘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교육은 그 내용이 사실 단절적, 분절적이지 않다. 성경에서 합력하여 선을 이룬다고 했던가? 아무튼 교육은 생활 속에서 유기적으로 여러 요소들이 함께 이루어질 때에 효과가 더 큰 법이다. 나도 수업만 하고 싶지만 교육이 수업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잘 안다. 그래서 교육자의 길은 멀고 험하다. 아무튼 핀트가 좀 어긋났지만.
세상 사람들 생각이 다 나같진 않은가보다. 방과 후 수업 기간 동안 학생들과 교실 관리를 잘 해 달라고 했더니 어느 교사가 "학생들이 청소하러 온 건 아니잖아요? 왜 학생들에게 청소를 시켜요?" 라고 이의 제기를 했단다. 공부만 잘 하면 모든 것을 용인해주고, 모든 것에서 열외시켜주고, 세상이 자기 중심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믿는 학생들이 많아지는 때에 오히려 청소는 더 중요한 교육이 될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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