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기말이 왜 3월 같은지 원
학기말이 3월같은 이유는 뭘까? 물론 어느 직장인들 바쁘지 않고, 힘들지 않은 곳이 어디 있겠냐만은 업무의 리듬과 시기와 기타 등등 예측 가능한 범주라는 것이 있기 마련인데, 지금까지 담임을 하면서 이렇게 바쁜 7월은 처음이다. 이유인즉, 생활기록부와 각종 경시대회, 학생부종합전형준비, 입시설명회때문이다. 그리고 근본적인 이유는 대학입시제도, 바로 학생부종합전형때문이다.
학생부 종합전형때문에 생활기록부의 양을 방대하게 늘려주는 작업을 해야 하고, 각종 경시대회를 열어주고 상을 주어야 하며, 학생들과 면담을 하며 자기소개서를 첨삭해 주고 추천서를 써 줘야 하며, 학교마다 천차만별로 다른 전형방법 학습을 위해 입시설명회에도 쫓아 다녀야 한다. 그리고 문제는 그게 결국 몇몇 학생들을 위한 일이라는 것이다. 학생부종합전형으로 대학에 가야 할 몇몇 학생들을 위하여 학교가 춤을 추고 있다. 아무리 바쁘고 힘들어도 의미있고 보람있는 일이라면 기꺼이 감수한다. 그런데 이게 도대체 뭐하는 짓인가 싶은 마음이 비단 나뿐만은 아니리라.
정량평가가 아닌 정성평가로 학생을 뽑겠다고 한다면, 그런 방법을 대학에서 만들어서 활용할 일이지, 그걸 왜 모두 고등학교의 책임으로 교묘히 전가시키며 앉아서 날로 먹으려고 하는지, 그리고 왜 인문계 고등학교들은 이렇게 각개전투를 하면서 제발 시키는대로 할테니 한 명이라도 더 뽑아주세요 해야 하는지... 그것이 교육적효과가 있다면 충분히 좋다. 그런데 작금의 생기부 행태는 심각한 문제이다.
학생이 지각하면 지각했다고 교사가 생기부에 한 줄 적지도 못하는 생기부 문화를 가진 곳에서 무슨 학생부 종합전형인가? 학생부 종합전형은 추천서 문화가 자리잡고 있는 미쿡에는 어울릴지 모르겠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시기상조이다. 어차피 모두 다 짜고 치는 고스톱이 되지 않겠는가? 제일 무서운건 아이들이 요령과 편법과 거짓이 판을 치는 세상을 먼저 배우게 된다는 것이다. 학생부 종합전형을 하기에 앞서, 교실 수업 방법과 평가 방법이 먼저 바뀌어야 했다. 그리고 자율학습과 보충수업 대신 동아리 활동과 같은 자율활동이 활성화되어야 했다. 그리고 교사가 학생에 대해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져야 했다. 미쿡식 공부를 한 양반들이 미쿡식 입시 제도를 가져와서 심어 놓은듯 한데, 문화적 기반이 없는 제도의 이식은 부작용이 너무 크다.
현재 우리학교는 매일매일 경시대회다. 다른 학교들 이야기를 들어보니 별반 다를게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