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무수첩

학생부 종합 전형 학원

사회선생 2016. 3. 15. 15:30

학생들과 면담하던 중 학생부 종합 전형 준비 학원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실소했다. 학생부 종합 전형 준비 학원에서는 무엇을 해 주냐고 물었더니 생기부에 무엇을 어떻게 적어야 하는지 코치를 해 준단다. 어차피 생기부는 교사가 쓰는 건데 학원에서 무슨 코치를 해 주냐고 되물었더니 무슨 활동을 어떻게 해야 할 지, 생기부에 어떻게 써 달라고 교사에게 요구해야 할 지를 '구체적으로' 알려준단다. 

어쩐지... 그래서 그랬구나 생각나는 일들이 있다. 최근 상위권 학생들 몇몇을 중심으로 학부모들이 학교에 요구하는 사항이 많아졌다. 예를 들면 고급 수학 과목을 개설해 달라, 비교 문화 과목을 개설해 달라는 식이다. 심화 선택 과목인데, 이 과목들은 검정도 아닌 인정 교과서로 만들어 과고나 국제고 등에서 교육 과정에 편재된 경우가 많다. 그런 과목을 듣는 것이 서울대 입학에 유리하다는 것이 사실인지 아닌지 난 모른다.

만일 그렇다면 서울대는 특정 학교를 우대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에 불공정 입시 요강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과목들이 학생부 종합 전형에서 학생의 능력을 평가하는 데에 활용된다면 이 역시 어느 학교에 다녔느냐에 따라 학생에 대한 평가가 달라진다는 것이므로 불공정하다. 또한 정상적인 교육 과정을 벗어나는 활동을 조장하는 것이므로 공교육 정상화의 측면에서 보았을 때에도 옳지 않다.

그런데 춤추는 입시 제도와 학원들의 상술이 초조하고 불안해하는 학부모들의 심리와 만나 심화 선택 과목을 개설해야 하는 황당한 상황이 야기되는 것이다. 솔직히 심화선택과목은 교과서의 완성도도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검정과 인정은 뭐라고 할까... 허가제와 신고제의 차이라고 할 수 있을까? 

왜 자꾸 학교의 정상적인 수업과 교육 과정 내에서 행해지는 동아리 활동 외의 다른 것들을 요구하는지 이해하기 힘들다. 무엇을 얼마나 많이 했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어떻게 했느냐가 훨씬 더 중요한 것 아닌가? 이미 짜여진 교과와 교육 과정으로도 충분한데, 그것만이라도 제대로 수업을 하면 되는데, 왜 자꾸 필요 이상의 것을 요구하는지... 학생부 종합 전형제도가 제대로 굴러가고 있지 않다는 반증 아닌가? 도대체 인문계 고등학교에 근무하는 교사들은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모르겠다. 고교 서열화와 상대적 박탈감이 낳은 폐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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