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너무 날로 먹는거 아냐?
이세돌이 오늘 마지막 대국을 벌인단다. 승패를 떠나서 구글이 이세돌을 부려 먹는 것 같아서 문득 기분이 나빠진다. 이세돌의 대국료가 다섯 판을 모두 치르는데 1억 7천만원에 승리했을 경우 수당이 2천만원 정도라고 한다. 우승했을 경우에 14억원 정도 받는다지만 - 무슨 도박판도 아니고 승리하면 다 가져가고 실패하면 기본 대국료가 형편없는 - 구글이 이번 대국으로 얻은 것을 감안하면 이세돌을 너무 싼 값에 부려먹은 것 같은 같아 불쾌해진다.
알파고는 이세돌을 만나 값을 따질 수 없는 엄청난 학습을 했고, 구글은 전세계적으로 더 이상 극적일 수 없는 홍보를 했다. 그리고 그 주인공은 알파고와 이세돌인데, 알파고야 그들이 만든 그들의 상품이니 차치하고 이세돌에게는 그에 합당한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것 아닌가? 그 쪽 세계의 분배 구조가 어떤지 아는 바 없지만 그냥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유명 연예인이 30초짜리 광고 하나 찍고도 몇 억씩 받는 것에 비하면 그 몇 갑절의 효과를 거둔 구글이 이세돌에게 5번의 대국료로 1억 4천만원만 주고 끝낸다니 이건 너무 불공정 계약이다.
그런데도 이세돌은 마지막 게임은 스스로 흑을 잡고 해 보겠다고 했다. 불리한 상황에서도 한 번 이겨보고 싶다는 그의 열망이 멋져 보인다. 어떻게 해서든 한 번이라도 더 이겨서 승리 수당 챙기겠다는 생각을 할 법도 하지 않은가? 반드시 이겨서 자존심을 지키고 싶다는 생각을 할만하지 않은가? 그러나 그는 프로 바둑 기사로서의 명예를 선택한 셈이다. 그에게서 진정한 바둑의 고수 향기가 느껴진다. 바둑을 사랑하고 바둑을 즐기는 프로의 자세가 보여서 바둑에 대해 무지한 나같은 사람도 기분 좋게 만든다. 그는 이기든 지든 그 자체로서 꽤 멋진 바둑 기사였음을 보여주었다. 어떤 직종에서도 진정 프로다운 프로가 많지 않은 우리 사회에서 그의 모습은 근사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