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임 시작, 무거운 마음
엽기적인 사건이 연쇄적으로 발생하여 세상이 떠들석하다. 초등생 아들을 상습적으로 폭행하다 사망하자 시신을 훼손하여 냉장고에 보관해 놓고 살았다는 믿기 힘든 사건의 여운이 아직도 남아있는데, 이번에는 중학생 딸을 학대하다가 숨지자 그대로 이불 위에 눕혀 놓고 백골이 될 때까지 방치했단다. 그 아버지의 직업이 목사였다는 것은 이제 놀랍지도 않다. 성직자들이 더 도덕적이라는 환상은 오래 전에 깨졌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범죄는 용서할 수는 없어도 논리적으로 이해가 되는 부분이 일정 수준 존재한다. 예를 들어 '너무 화가 나서 정신없이 때렸는데 애가 죽어버렸다' 고 한다면 분노조절장애를 가진 나쁜 놈 정도로 정리될 것 같다. 그런데 '시신을 훼손해 냉장고에 넣어두고 살았다'니... 이건 어떻게 생각해도 정리가 되지 않는다. 미친놈 나쁜놈이라고 하는 표현은 초점이 맞지 않는다. 도대체 정리가 되지 않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세계에 있는 이상한 존재인것 같다.
더 이해하기 힘든 것은 또 부부가 공범이라는 사실이다. 배우자가 아이를 때려 다치거나 죽으면 들쳐업고 병원으로 뛰는 것이 일반적인 엄마의 모습이건만 같이 시신 훼손에 동참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생활을 했다니...그들의 심리적 기저에는 무엇이 있는지 궁금하기만 할 뿐이다.
간혹 학생들을 보면 유난히 어둡고 부모 이야기를 꺼리는 아이들이 있다. 교사의 촉으로 가정폭력이 의심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섣불리 물어볼 수 없다. 교사와의 완벽한 래포가 형성되어 있지 않으면 아이는 그 질문 자체에도 상처를 받을 뿐더러 사실이라고 해도 완강히 부정하기 때문이다. 또한 이런 질문을 했다는 사실을 학부모가 알게 될 경우 도리어 교사가 역공당하기 쉽다.
이래저래 교사가 가정사에 대해 관심갖는 것은 정말 힘들고 불편하고 조심스럽다. 사생활 침해와 직무유기 사이의 외줄타기 같다고나 할까? 별 문제 없는 아이에게는 사생활 침해가 되고 이처럼 아동학대 문제가 발생하면 직무 유기가 된다. 몰랐으면 몰랐다고, 알면 왜 신고하지 않았냐고... 사실 신고한다고 해도 부모가 친권자로 있는 이상 별 뾰족한 수도 없다. '앞으로 안 때릴게요.' 한 마디에 다시 아이를 데리고 갈 수 있기 때문이다.
매일 지각이나 결석하는 아이에게 전화하는 것을 좋아하는 학부모는 없다. 처음에는 관심이라고 여기지만 잦아지면 자신인들 애를 깨우고 싶지 않겠냐, 학교에 보내고 싶지 않겠냐며 반응하다가 지속되면 전화조차 받지 않는다. 그런데 이제는 장기 결석을 하면 가정방문까지 해야 할 판이다. 아, 정말 학대받거나 방임되는 아이들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 지. 당장 우리 반에도 성격은 약간 다르지만 신경 쓰이는 아이가 한 명 있는데... 또 다시 담임 생활이 시작되었다. 마음이 무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