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무수첩

연말시상식과 생활기록부

사회선생 2015. 12. 31. 23:00

연말이 되면 각종 방송사는 연기대상, 연예대상, 가요대상 등의 행사를 통해 각종 상을 수여하고, 학교는 생활기록부 작성하느라 정신이 없다. 그런데 묘하게 그 둘 사이에 공통점이 있다. 바로 필요 이상으로 상이 남발되고 있으며, 진실성이 별로 없이 입에 발린 - 듣기도 지겹고 감흥도 없는 수상 소감들이 대부분이다 - 소리들이 판을 친다는 점이다.

방송국에서 연말에 상을 남발하는 건 언제부터인가 관례처럼 보인다. '정말 저 사람이 상을 받을만큼 연기를 잘 했어?' 나같은 아마츄어가 봐도 시청률과 자기 방송국에 대한 충성도를 척도로 상을 남발하는 게 보인다. 그렇다보니 시청자 입장에서는 상이 상같지 않고, 별로 감흥을 느낄 수 없다. 무릇 시상식이라 함은 보는 사람들에게도 감동을 주어야 묘미가 있는 것 아닌가? 또 그들의 수상 소감 역시 별로 새로운 것도 없이 진부하기 이를데 없다. 시청자 고맙고, 기획사 사장 고맙고, PD 고맙고, 동료 연기자 고맙고... 당연한 거 아닌가? 아, 재미없어. 저런 걸 왜 방송까지 해 주는거야? 자기들끼리 회식 자리에서 할 것이지...  

그런데 생활기록부도 그렇다. 대학 입시에서 종합 전형이 생기면서 생기부를 아름답게 꾸며줘야 한다는 책임감에 학교에서는 온갖 대회를 만들어 상을 남발한다. 참가자가 6명인데 5명을 주는 행사도 있다. 그야말로 상을 주기 위한 행사이다. 생기부에 한 줄이라도 더 적어주기 위한 것이다. 또 각종 서술들은 어떤가? 진실성 없는 서술들이 대학 입시를 위해서 만들어진다. '창의적이고, 자기 주도적이고, 적극적이고...' 이런 수사들의 남발이다. 정말? 무엇을? 어떻게? 만약 구체적으로 창의적인 것이 무엇인지 써 준 사람에게 묻는다면 제대로 답변을 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그 학생의 창의성을 어떻게 판단하고 그렇게 쓰셨지요?'

상은 상다워야 하고, 말과 생기부의 서술은 진실해야 한다. 그런에 지금 우리네 사회는 상도 상답지 못하고, 말과 생기부의 서술도 진실하지 못한채 양적으로만 부풀리고 있다. 이미 시청자는 연말 시상식 프로그램들을 외면하고 있는 것 같은데, 조만간 대학들도 이런 식의 생기부를 외면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