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무수첩

제언서를 쓰며

사회선생 2015. 12. 30. 09:30

학년 말이 되면 내년도의 담임과 업무 분장을 위해 교사들에게 희망을 담은 제언서를 받는다. 몇 학년 담임이 하고 싶은지, 비담임을 원하면 이유가 무엇인지, 업무는 어떤 업무를 원하는지, 기타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등을 쓰게 되어 있다.

어제까지 제출해야 하는 제언서를 쓰지 않고 있다가 오전에 출근해서 제출했다. 지금까지 제언서에 몇 학년을, 어떤 업무를 원한다고 써 본 적이 없다. 이유는 두 가지. 첫째, 내가 원하는대로 줄 게 아니기 때문이다. 둘째, 나는 몇 학년을 담당해도 아무 상관이 없다. 솔직히 차이가 있어봐야 거기에서 거기라고 생각한다. 특별히 더 힘들 것도 더 수월할 것도 없다. 업무는 조금 수월한 업무와 그렇지 않은 업무가 분명히 있지만 그 역시 쓰지 않는다. 수월한 업무는 경합이 치열해 그 경합에 뛰어들기 싫고, 그렇다고 굳이 어려운 업무를 하겠다고 할 이유는 없으니까...늘 빈칸이다.  

하지만 희망이야 어디까지나 희망이니까 비담임을 희망한다면서 이유는 대학원 논문학기이므로 배려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한 줄 썼다. 사실 말 그대로 배려이기 때문에 하든 말든 그건 조직의 관리 마음이다. 조직에서 필요하다고 하면 배려보다 업무가 우선이 될 수밖에 없고, 배려해 줄만한 상황이면 고마운거고...

가까운 동료들이 어차피 올해엔 담임을 피할 수 없으니 비담임 희망한다고 해서 성과급 점수 깎이지 말고, 희망 학년이라도 강력하게 적어서 같은 학년을 하자고 한다. 하지만 어차피 성과급은 관심 밖으로 벗어난지 오래이고, 가까운 사람들끼리 한 학년에 몰려 있는 것도 객관적으로 그리 보기 좋은 일은 아닐 것 같다. 분명히 학교 관리자들도 그런 생각들을 할테고...  

아, 그나저나 아무리 폼 잡아봐야 3월 되면 또 입에 난내 나도록 떠들면서 오르락 내리락 애들 관리하느라 정신없이 보내야할텐데... 논문. 쓰기는 쓸 수나 있을지 원. 배려해주면 고맙겠지만... 체력이나 다져놔야겠다. 요즈음 체력이 방전되어서 3월이 더 두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