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훈 사태를 보면서
정명훈이 서울 시향에서 물러난다고 한다. 그 동안 서울 시향이 정명훈으로 인해서 꽤 수준 높은 연주를 해 왔고, 대중적으로도 성공한 편이었는데, 그리고 우리나라의 문화 수준을 한 단계 높이는 데에 기여했다고 여기는나로서는 이런 마찰이 빚어져서 안타까울 뿐이다. 나도 진실은 모른다. 박현정이 문제인지, 정명훈이 문제인지...
그냥 나의 촉과 감에 의지해서 지껄여본다면. 박현정은 서울시향을 이익 창출을 위한 기업처럼 운영하려 했고, 정명훈과 단원들은 그런 경영 마인드를 가진 사람에 거부감을 가졌던 것 같다. 세금으로 운영되니 그 만큼 간섭하며 성과(?)를 내기를 바랬을거고, 그런 마인드는 아마 예술가의 자존심을 건드렸던 것 같다. 그래서 정명훈과 단원들은 박현정과 트러블이 생기고, 이에 서로 물고 뜯는 싸움이 시작되었고... 일단 싸움이 시작되면 모든 사실은 의미가 부여되며 정치화된다. 정명훈 정도면 비니지스만 타고 다는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가도 막상 싸움이 시작되면 세금 도둑이 되어 버리는 식이다. 아마 피차 떳떳치 못한 것들이 있었으리라...
그런데 나는 대중들의 댓글을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만일 정명훈이 순수 예술이 아니라 대중 예술을 하는 연예인이라면 과연 이런 문제들이 생겼을까 하는... 정명훈이 기획사 소속의 전지현급 - 솔직히 지휘자로서는 연예계의 전지현급보다 높다고 생각하지만 - 연예인이라고 해 보자. 전지현이 자기 해외 공연에 자기 가족들도 모두 데리고 가면서 기획사에 비용을 요구했다고 한들 문제 삼을까? 전지현이 자기 동생을 연예인으로 데뷔 시키는 데에 도움을 주었다고 해서 비리라고 할까? 사기업과 공기업의 문제인가? 혹시 우리나라에서 순수 예술에 대한 지원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은 아닌가?
나는 정명훈 관련 기사들에 달린 댓글들을 보면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특권 의식을 갖는 것에 대해 정말 거부감이 크구나, 그런데 왜 대중문화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그렇게 관대하면서 순수예술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이렇게 가혹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간혹 댓글들을 보니 정명훈이 새누리당을 지지한다는 말도 나오는데, 만일 그런 이유로 서울시의 압박을 받았다면 이건 정말 더럽게 치사하고 후진적인 일이다. 그가 새누리당을 지지하든 말든 그건 그의 정치적 자유 아닌가?
순수 예술을 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모욕을 받는다면 누가 우리나라에서 순수 예술을 할까? 그냥 다른 나라에서 적당히 대접받으면서 일을 하지... 가뜩이나 순수 예술을 지원하는 기관이나 기업도 드물고, 예술하려면 돈이 많이 드는 나라에서 자기 힘으로 성공한 예술가도 뒷받침해 주지 못한다면 이건 문제 아닌가? 아, 모르겠다 그냥 유명 배우가 개런티로 수십억을 받는다, 몸값 흥정한다, 가는 곳마다 VIP 대우를 받는다, 그리고 특별한 요구를 한다고 해서 별로 문제 삼지는 않을 것 같은데, 정명훈에게는 너무 가혹하게 구는 것만 같으니... 단순히 세금과 사기업의 차이 때문일까? 그것때문만은 아닌 것 같은 이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