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의 본질
가까운 후배 두 명이 최근 교수로 임용되었다. 한 명은 매우 오랫 동안 교사 생활을 하며 산전수전 정말 별별 일들을 다 겪으며 학위 취득하고 이리 저리 파견다니면서 자기 일 아닌 일들을 하다가 힘겹게 교수가 되었다. "이제 교수님이라고 불러야겠네. 임용 축하해. 어때 교수 생활?" "아이고, 이거 완전히 천국이에요. 9학점만 강의하면 되고, 학생들은 말 잘 듣고 공부 열심히 하고, 연구할 시간도 많아지고... 놀러오세요. 언제든지. 저 이제 시간도 조금 여유롭고 제 방도 있어요" 좋아서 어쩔 줄 모른다. 말썽 많았던 중학교 수업부터 공부에는 전혀 흥미없이 널부러져있던 고등학교 교실 수업까지 섭렵했던 그 후배는 대학에 온 걸 기뻐하고 감사해했다. 그러면서 막내로서의 일을 기꺼이 맡아서 즐겁게 하고 있다고 했다. 사실 적은 나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런데 계속 공부만 했던, 교수라는 직업 외에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조차 없는, 한 번도 빡센 직업의 세계에 발을 들여 놓은 적이 없이 학생이나 연구원으로만 생활했던 후배는 반응이 사뭇 다르다. "교수되면 좋을 줄 알았는데 별로 좋은 줄 모르겠어요. 막내라고 해야 할 일도 많고 위 아래로 치이고, 이거 하려고 내가 그렇게 노력했나 싶어요. 별로 좋은 직업이 아닌 것 같아요. 삶의 질이 별로에요." "얼씨구, 배부른 소리 한다. 조직 생활 안 해 봐서 그래. 판옵티콘같은 사무실에 앉아서 성질 더럽고 무능한 상사 만나 야근도 하고 빡센 근무 좀 해 봐야 교수 좋은 줄 알지... 교수 사회에서 위 아래? 그건 아무 것도 아닐걸... 욕심 버려. 아이고 나는 부럽기만 하네.부럽소. 난 외출한번 하려해도 얼마나 눈치보이는데..." 그렇게 답해 주었다. 솔직한 심정이다.
개인의 기질과 경험의 차이가 이런 다른 반응을 가져왔겠지만, 확실히 인간은 비교를 통해 행복을 느끼나보다. 이전 상황과의 비교, 타인과의 비교 등. 비교적 쉽게 인생에서 원하는 것을 얻은 사람들은 늘 자신이 원하는대로 인생이 풀려야 한다고 생각하고, 타인들도 자신이 원하는 방식대로 움직여야 한다고 여기기 때문에 그렇게 되지 않을 경우에 더 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다.
그 후배들과 통화를 하고 얻은 약간 핀트가 다른 깨달음을 학생들에게 풀어놓았다. "얘들아, 직업을 선택하려 하지 말고, 일을 선택해. 직업의 본질은 일이야. 그러니까 어떤 일을 어떻게 하면서 살고 싶다를 진지하게 고민해 보라고. 가수가 되고 싶다고 생각하지 말고, 가수의 본질은 노래니까. 내가 노래하는 걸 정말 즐기고 좋아하나 뭐 이런 걸 생각해 보라는거야. 인기, 명예, 돈은 어떤 직업에서도 본질은 아니야 분명히... " 다행스러운건 아직까지 학생들의 입에서 '본질이 뭐가 중요해요?' 라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다행인지 불행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