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무수첩

빈민 체험관이라니

사회선생 2015. 7. 14. 14:30

 우리나라가 아주 잘 살게 되어서 쪽방촌이 무슨 말인지도 모르는 시대가 된 이후라면 신세대에게, '옛날에는 이런 집에서도 사람이 살았대' 하고 쪽방촌의 가난을 체험하는 역사 교육을 시켜줄 수 있다. 하지만 지금도 쪽방촌에 사는 사람들이 존재하는데, 쪽방촌 체험을 시키며, '너희들 공부 못하면 이런 데서 살아야 되는거야' 이게 말이 되는가? 이는 장애 체험관을 만들어 놓고 장애인이 되는 경험을 해 보는 것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장애 경험을 하게 되면, 장애인을 이해하고 그들을 존중하는 마음이 생기는 교육적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하지만 어린 학생들에게 빈민 체험을 시킨 후 얻을 수 있는 교육적 효과는 무엇일까? 빈민들을 이해하고 존중하게 될까? 오히려 빈민들에 대한 편견이 생기고, 결과적으로 그들의 인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더 크지 않은가? 이렇게 가난하게 살지 않으려면 공부해야 돼? 공부가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한 수단적인 목적만을 갖는 행위인가?  

 여전히 쪽방촌에서 힘겹게 사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그들에게는 그 쪽방이 치열한 삶의 터전이다. 그런데 타인들에게는 놀이터가 된다니 이처럼 모욕적인 일이 어디 있는가? 인격 모독 아닌가? 쪽방촌의 위치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사람들은 쪽방 체험관이 쪽방촌에 생기면 '빈민들이 원숭이가 된다, 사생활 침해이다' 이렇게 말한다. 그렇다면 부자 동네에 체험관을 만들면 된다는 말인가? 어떤 경우에도 허용해서는 안 된다.

 언제쯤 되어야 인간의 본질이 돈이나 물질보다 더 중시되는 사회가 될까? 나와 다르게 - 심지어 힘들게 - 살 수밖에 없는 타인을 모욕하면서 얻을 수 있는 것이라면 얻지 않는 것이 옳다. 그것이 교육이다. 가난을 체험하는 교육보다 중요한 것은 가난한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려 줄 수 있는 교육이다. 아, 정말 인간체험관을 만들 수도 없고... 세상이 뒤죽박죽인것 같아서 심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