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문제에 대해 질문있어요
우리 학교에서는 중간, 기말 고사를 볼 때 해당 과목 교사가 각 교실을 돌면서 문제에 대한 질문을 받아주어야 하는 제도(?)를 두고 있다. 나는 어떤 질문이 나오느냐에 따라 서로 다른 힌트가 주어질 수 있고, 그것은 시험의 공정성을 훼손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에 반대하는데, 돌기 귀찮아서 반대하는 줄 알고 아무도 귀를 기울여 주지 않는다.
예를 들어 한 학생이 "선생님, 이건 비율을 비교해야 하는건가요?" 이렇게 질문을 했다고 쳐 보자. 그럼 해당 반의 다른 학생들은 일순 생각한다. '아, 맞다, 수가 아니라 비율을 비교하는건가?' 그러면서 그 문제를 다시 보게 되고, 다른 반에 비해 그 문항에 대한 정답률이 높아질 가능성이 커진다.
그러니까 조용히 속삭이며 질문을 하고 속삭이며 답을 해 주라고 하는데, 그것도 이해하기 힘든 것이 왜 특정 학생에게만 특정한 답변을 해 주어야 하는가? 그렇다면 질문을 한 학생은 해당 문항에 대하여 다른 아이들과 구별되는 힌트를 얻을 수도 있는 것 아닌가?
다른 학교에서는 질문이 있는 학생의 경우에는 써서 제출하게 하고 부감독이 출제 교사에게 전달하며, 출제 교사가 읽어 본 후에 의미있는 것만 다시 방송을 하든가, 동일한 답변을 하면서 돌아다니든가 아무튼 공정성을 훼손하지 않도록 노력한다고 한다. 우리 학교도 그래야 하는데...무조건 교사 편하려고 잔머리 굴리는 걸로 알고 있으니 원.
이번 시험에도 돌아 다니다 보니 말도 안 되는 질문을 하는 녀석들이 몇몇 있다. '선생님, 이게 무슨 뜻이에요? (그게 무슨 뜻인지 모르면 틀려야지!) 몇 개 써야 돼요? (문두에서 쓰라는대로!)' 어처구니 없는 그리고 위험 수위를 넘나드는 질문들을 한다. 나의 답변은 무조건 '노 코멘트'. 그러나 나중에 한 반에서는 이렇게 말했다. "제발 문제를 의심하기 전에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지식부터 의심해봐라" 하지만 사실... 나도 문제 출제할 때 종종 실수 한다. 그렇다고 해도 여전히 교사가 교실에서 공개적으로 질문을 받는 것은 잘못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내가 학생들의 질문을 통제할 수 없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