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평등의 속성은 같건만
불평등의 속성은 같다. 부당한 이유로 불이익을 받는 것이다. 알게 받는 경우도 있고, 모르고 받는 경우도 있는데 전자보다 후자가 더 무섭고, 후자의 경우에는 문화에 매몰되어 있기 때문에 알아내기가 더 어렵다. 어떤 악취라도 그곳에 오래 있으면 그 냄새를 맡지 못하게 되는 것처럼... 아무튼 그 부당함을 알아내는 혹은 감지하는 능력이 비판적 사고이며 이는 사회과 교육의 주요 목표 중 하나이다.
일반 성인들을 보면서 소위 일베라고 하는 사람들만 그런 줄 알았더니 교사가 되고 싶어하는 남자 대학생들의 경우에도 사회과 교과서에 '성불평등 현상' 단원이 왜 들어갔는지에 대해서 무지한 학생들이 많다는 사실에 매우 놀랐다. 몇몇 학생들의 항변인즉, 어차피 집에서 경험하는 것은 엄마가 가사 일을 하는 것인데, 왜 교과서는 현실을 왜곡(?)해서 아빠가 가사일을 하는 그림이 교과서에 그려져야 하냐는 것이다. 굳이 애써서 그렇게 사회화를 할 필요가 있냐는 것이다. 순간적으로 나의 뇌리를 스치는 생각 두 가지. '아, 사회과 교육은 정말 중요하구나. 비판적 의식이라는 것은 훈련받지 않으면 형성되는 것이 아니구나.'
나는 조금 더 수준있는 - 예를 들면 양성 평등 교육은 어떻게 하는 것이 바람직할까 뭐 이런 - 질문을 기대했는데 세상에! 너무 평등해서 평등 교육이 왜 들어가야 하는지조차 이해하기 힘들다는 말을 하는 학생들과 대화를 하게 될 줄이야... 심지어 교직에 대한 관심이 많은 학생들이...
순간적으로 이런 경우에는 그들이 받을 수 있는 불이익의 상황을 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불평등한 상황에 빠질 수도 있다는 것을 이야기해 보면 된다. '서울대 출신들이 기타대 출신들보다 어떤 기관이나 권력의 핵심으로 가게 되면 꽤 많아요. 요즈음은 특정 외고 출신에 서울대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고 하더군요. 아시죠? 우리나라에서 서울대의 독점력은 최고라는거. 그건 부당한건가요?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어차피 서울대 출신이 훨씬 능력있으니 그렇게 된 것은 당연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아니면 부당하므로 개선되어야 한다? 이야기 한 번 해 봅시다.' 기타대 출신이라는 사실이 불이익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일반적인 결론으로 나온다. 자신들이 학벌에 의해 피해당하는 것은 억울하니까... 그래서 여성이 남성보다 사회에서 능력 발휘 못 하는 경우 많다. 임신과 출산, 육아, 가사 등에 대한 책임으로 인해서... 당신이 출신 대학으로 인해 유리천장에 막혀있다. 명문대 출신보다 더 충성해야 한다면 이는 정당한가? 그래도 출신 대학은 당신의 노력으로 일정 부분 결정되는데, 성별은 그것도 아니니 더 억울하지 않겠나?
세계경제포럼이라는 민간단체에서 142개국에서 여성과 남성의 격차에 대해서 조사했는데 한국이 117위였다고 한다. 그러자 누군가 이 자료는 믿을 수 없다며 UN의 human development report를 제시했던데, 그에 의하면 15위이다. 중요한 것은 순위가 아니라 불평등이 존재한다는 것이며, 이 불평등이 무엇인지 찾아내 개선하는 것이다. 이를 찾아보자는 것에까지 민감하게 굴며, 평등이 실현되고 있다는 사람들이 교사가 되어서는 곤란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