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

불평등의 속성은 같건만

사회선생 2015. 5. 1. 08:09

불평등의 속성은 같다. 부당한 이유로 불이익을 받는 것이다. 알게 받는 경우도 있고, 모르고 받는 경우도 있는데 전자보다 후자가 더 무섭고, 후자의 경우에는 문화에 매몰되어 있기 때문에 알아내기가 더 어렵다. 어떤 악취라도 그곳에 오래 있으면 그 냄새를 맡지 못하게 되는 것처럼... 아무튼 그 부당함을 알아내는 은 감지하는 능력이 비판적 사고이며 이는 사회과 교육의 주요 목표 중 하나이다. 

 일반 성인들을 보면서 소위 일베라고 하는 사람들만 그런 줄 알았더니 교사가 되고 싶어하는 남자 대학생들의 경우에도 사회과 교과서에 '성불평등 현상' 단원이 왜 들어갔는지에 대해서 무지한 학생들이 많다는 사실에 매우 놀랐다. 몇몇 학생들의 항변인즉, 어차피 집에서 경험하는 것은 엄마가 가사 일을 하는 것인데, 왜 교과서는 현실을 왜곡(?)해서 아빠가 가사일을 하는 그림이 교과서에 그려져야 하냐는 것이다. 굳이 애써서 그렇게 사회화를 할 필요가 있냐는 것이다. 순간적으로 나의 뇌리를 스치는 생각 두 가지. '아, 사회과 교육은 정말 중요하구나. 비판적 의식이라는 것은 훈련받지 않으면 형성되는 것이 아니구나.'

 나는 조금 더 수준있는 - 예를 들면 양성 평등 교육은 어떻게 하는 것이 바람직할까 뭐 이런 - 질문을 기대했는데 세상에! 너무 평등해서 평등 교육이 왜 들어가야 하는지조차 이해하기 힘들다는 말을 하는 학생들과 대화를 하게 될 줄이야... 심지어 교직에 대한 관심이 많은 학생들이...

 순간적으로 이런 경우에는 그들이 받을 수 있는 불이익의 상황을 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불평등한 상황에 빠질 수도 있다는 것을 이야기해 보면 된다. '서울대 출신들이 기타대 출신들보다 어떤 기관이나 권력의 핵심으로 가게 되면 많아요. 요즈음은 특정 외고 출신에 서울대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고 하더군요. 아시죠? 우리나라에서 서울대의 독점력은 최고라는거. 그건 부당한건가요?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어차피 서울대 출신이 훨씬 능력있으니 그렇게 된 것은 당연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아니면 부당하므로 개선되어야 한다? 이야기 한 번 해 봅시다.' 기타대 출신이라는 사실이 불이익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일반적인 결론으로 나온다. 자신들이 학벌에 의해 피해당하는 것은 억울하니까... 그래서 여성이 남성보다 사회에서 능력 발휘 못 하는 경우 많다. 임신과 출산, 육아, 가사 등에 대한 책임으로 인해서... 당신이 출신 대학으로 인해 유리천장에 막혀있다. 명문대 출신보다 더 충성해야 한다면 이는 정당한가? 그래도 출신 대학은 당신의 노력으로 일정 부분 결정되는데, 성별은 그것도 아니니 더 억울하지 않겠나?

세계경제포럼이라는 민간단체에서 142개국에서 여성과 남성의 격차에 대해서 조사했는데 한국이 117위였다고 한다. 그러자 누군가 이 자료는 믿을 수 없다며 UN의 human development report를 제시했던데, 그에 의하면 15위이다. 중요한 것은 순위가 아니라 불평등이 존재한다는 것이며, 이 불평등이 무엇인지 찾아내 개선하는 것이다. 이를 찾아보자는 것에까지 민감하게 굴며, 평등이 실현되고 있다는 사람들이 교사가 되어서는 곤란하지 않을까?